광화문 촛불집회 같은, 인파로 가득찬 광장에서였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았고.. 남편과 광장에 있었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무대 가까운 쪽에 폭탄이 터졌는지, 불이 났는지 사람들이 무대 반대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도 달려가며 남편에게 메세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 한두번 더 했는데 계속 꺼져있었다. 멘붕 상태가 되어 미친 사람처럼 남편을 찾아 헤맸다. 눈을 떴다. 남편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몸을 돌려 그의 허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만우절 다음날 아침.
박 탄핵 선고가 있던 날 아침이었다. 생리예정일 이틀 전에 해본 임신테스트기엔 아니라고 나왔지만 확인 차원에서 한번 더 해봤다. 임신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이 보였다. 적극적인 노력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벌써 성공(?)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못했다. 어렴풋이 올해 상반기에는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랬었는데.. 비몽사몽이던 남편을 깨워 테스트기를 보여주고, 다시 욕실에 가서 거울 앞에 섰다. 나도 모르게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 활짝 웃었다. 분명 기쁜 마음이었는데, 뭔가 다른 감정이 동시에 존재했지만 어떤건지 알수 없었다. 기분이 묘했다. 마지막 생리일 기준으로 그 때가 4주차였는데 어차피 병원에 가봤자 확인할 수 있는게 별로 없을 것 같아 열흘 후 병원에 갔더니, 주치의 선생님이 더 기뻐해주셨..
올해 내 생일은 설 연휴 시작 전날이었다. 어쩌다보니 짝꿍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휴가를 쓰게 됐고, 나도 생일이니 같이 시간을 보낼 겸, 휴가를 썼다. 이제 겨우 서로의 생일을 챙겨준 것이 고작 세번인데도, 며칠전 서로의 생일에 무엇을 선물했는지 꼽아보니 생각나지 않는게 있어서 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기록해두기로 했다. 앞으로 수십년을 함께 살아갈텐데 매년 생일에 무얼 선물했는지, 뭘 했는지 다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을 생일날도 있을 거고 여느날과 다름없이 보내는 생일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둘다 물질적인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 (물론 나의 경우에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그런 편이라고 생각한다 ㅋㅋ) 거창한 선물을 바라지는 않는다. 마음을 전할 수..
3년 전인가,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어쩌다 보니 마무리 단계 작업이 내게 몰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분명히 나 혼자 하기에는 벅찬 작업이었다. 결국 그 일은 내게 떨어졌고 혼자서 마무리를 감당했다. 기한이 촉박하게 정해졌던 일이라, 아침에 출근해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며칠간 지속했다. 그 기간 동안, 집에 가서는 정말 최소한의 잠만 자고 다시 출근했다. 생애 처음으로(!) 식욕 저하를 겪으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냈다. 몸은 피곤했지만 밤늦게 누워도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주말을 포함해 며칠간, 나는 '그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괴로운 나날들이었다. 내 마음을 살필 여유 따..
의전원 졸업반시절 '마음의 평안'을 찾고자 시작한 요가. 의사고시 1주일전까지,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한달정도 총 1년간 꾸준히 다녔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잡힌 느낌, 말그대로 평안을 얻었다. 다니고 있는 독서실 반경 100미터 내에 요가센터가 있다는걸 왜 하필 시험 열흘 전쯤에야 알게된걸까. 시험 4일전인 어제 주저없이 1개월권 등록! :) 비록 아직도 몸은 좀 뻐근하나,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한 것이 무척 오랜만이라 좋았다. 비록 5~6년전에 배웠던 동작들이지만 내 몸은 기억하고 있는듯해서 조금 으쓱. ㅎㅎ
어제밤, 잠이 오지 않아 끄적였던 글. 여기에 옮겨둔다. 1 많은 사람들이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다. 또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나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지만'이라고 시작한다. 그 이유에 대해, 종북 낙인에 대한 스스로의 검열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당 내부의 노선/계파간 갈등과 배타성이 외부로 드러났던 일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중엔 실제로 그걸 겪은 이들도 있을테고. 나 역시도, 글로 쓰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식으로 의견을 밝힌적이 있어 돌이켜보니, 나는 두가지 모두인것 같다. 낙인이라는게 무섭다는 걸 느끼는 한편(전자), 오랫동안 당적을 지키다가 결국 탈당한 이유는 후자이기도 하다. 2 어쨌건, 나도 헌재의 판결 이후, 허탈감을 느낀다. 누군..
사실 파스타 먹으러가서는 오일 파스타를 즐겨먹는 편이 아닌데며칠전 알리오올리오를 두번째로 만들어봤고, 오늘 아침엔 봉골레 파스타에 도전했다.어제 야심차게 준비해둔 바지락 조개와 화이트와인. 요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4년 간의 자취 생활 내내 스스로 밥을 해먹고 다녔을 만큼 나는 (보기 보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다.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게된 후로는 요리를 거의 안하지만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주말에 한가지씩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오일파스타는 만들기는 제일 쉽지만 그만큼 맛깔나게 만들기는 어려운 듯 싶다. 나의 첫번째 봉골레 파스타는 각종 인터넷 블로그를 참조해 이렇게 만들었다.마늘과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올리브유에 볶다가미리 해감하여 씻어둔 바지락 조개를 넣고 화이트 와인을 적정..
오늘, 서른두번째 생일이다. 바로 어제까지가 휴가였던 고로, 당직을 서야 하는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간신히 얻어먹고 병원으로 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어서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고등학교 때부터는 왠지 모르게 나이든다는 건 뭔가 잃어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도 20대에는 한살한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부터는 나이를 숫자로만 먹어간다는 느낌이다. 10대, 20대 때 상상했던 서른살 너머의 삶은 지금과 같은 것은 아니었으리라. 서른 살이 넘으면 훨신 넓고 깊어진 내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닌데, 난 언제부턴가 방향을 잃어버린것 같다. 올해 마흔인 어느..
어떠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한다.죽음과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가능한 조합일거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인한 죽음 또는 암을 진단받은 시한부 인생.사람이 죽는 데에 별의별 일들이 다 있겠지만 병원에서 일하면서 흔히 떠올리게 되는 죽음은 이 두가지 정도. 손쓸 수 없을 만큼 병이 깊어진 상태라면 통증 때문에 매우 고통스러울 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남은 여명을 예상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지난 인생을 정리하며 세상과 작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죽음이 또 있을까 싶다. 너무 젊은 나이에 그리 된다면 행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죽는것보다는 차라리 ..
엄마가 식당을 처음으로 개업하시던 날이 기억난다. 수능을 3개월쯤 앞둔 초가을이었을 거다. 학교가 있는 강서구에서 엄마 가게가 있는 강남구까지 와서는, 손님으로 복작거리던 가게 한켠(도 아닌 실은 가게 밖 테이블)에서 정신없이 후루룩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듬해 여름, 우리 가족은 가게 바로 옆의 아파트로 이사했고, 지금껏 그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으로 꼽아보니 장장 15년. 칼국수에서 시작해, 고기집으로 간판을 바꾼 엄마 가게는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10년이상 주인도, 간판도 바뀌지 않은 식당이라고 한다.(물론, 간판 리모델링은 했다.ㅋ) 가족들과 함께 고기를 먹으러 오던 꼬마가, 다 자라 외국으로 유학을 간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학 때면 늘 엄마 가게에 한번은 온다..
새벽 3시다.부랴부랴 데이터 분석을 하다가 12시에서 1시 사이에 나도 모르게 방바닥에 누워 잠이 든 모양이다.눈이 떠져서 다시 하던 일을 할 생각으로 앉아 있다.요즘 들어 며칠, 아침 아니 새벽에 눈이 일찍 떠졌다. 좀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지더라도 일찍 일어나야할 이유가 딱히 없으면 다시 잠에 빠져들곤 했던 내가, 최근 며칠간은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 딱히 일찍 출근해야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지금도 그렇고. 질량 보존의 법칙마냥, 평생 수면시간의 총합은 정해져있는게 아닐까.정말 그렇다면, 난 이제 잠을 줄일 때가 된건지도 몰라. 이 묘한 시각, 새벽 3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커피가 이렇게나 맛있을 줄카페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었어공기가 이렇게 꿀맛일 줄은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미처 몰랐던 사실야 호 야호야호 야호 세 번에 다 날아간 고민야 야호 다시 돌아온 대답,언제나 여기에서 널 기다릴 거라고,야아 호 야 호 정말 오랜만이다뭐 하고 사느라고 이 좋은 걸 잊고뭐 먹고 사느라고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나다음에 또 올게 이번엔 '진짜'... 올해 들어, 생애 처음으로 경험해본 크고 작은 일들이 몇가지 있는데 오늘은 생애 처음으로 북한산에 올랐다. 추석 연휴 다음 주말에 대학 후배 두명과 템플스테이 가려고 했었는데서울/경기권에서 예약 가능한 템플스테이가 없어서 산행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 며칠 전.그러던 중, 이아립의 새로운 앨범에 수록된 '등산'이라는 노래를 듣고나서는 더..
연휴 첫날, 새벽 4시가 거의 다 되어 집에 들어와 한참 있다가 잠들었는데도 평소와 다르게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부터 동생이랑 몇가지 전을 부치고, 엄마한테 요리를 배웠다. 명절 때마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 외에 손님(그래봤자, 작은집 식구들과 할머니 뿐이지만)맞이할 음식들을 몇가지 준비하신다. 올해 추석 음식은 몇가지 이유로, 평소보다 가짓수도 줄이고 양도 조금만. 3년 전쯤부터 명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갈비찜은 올해에도 추석 식탁에 올랐다. 갈비찜 만드는 과정은 못 봤고, 아래 두가지를 배웠다. 닭개장 끓이는 법닭을 삶아서 살코기를 찢고거기에 각종 야채(파, 숙주/콩나물, 양파, 마늘, 고사리 등)와 양념(고추가루, 후추가루, 간장,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이걸 닭 삶은 물에 넣고 ..
추석 연휴 전야.비교적 적절한 시간에 퇴근해서 집에 얌전히 있다가, 벗들이 한잔하고 있다는 곳으로 택시를 타고 날아갔다.그곳에서 듣게된 어떤 친구의 예기치 못했던 속내 이야기.그동안 내가 너무 인생을 안다고, 삼십년 남짓 살았더니 좀 알것 같다고 까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나이에 비해 유별난 경험을 했다는 건 아니다.문득 그런 생각이 번갯불치듯 나를 지나갔다.예기치 못했던, 아니 어쩌면 예감했던 상황에 놓여진 나도 이렇게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새삼스러운 자각과 함께. 겸손해져야겠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문득 든, 철없는 어른(아이)의 늦된 생각. 그리고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만히, 가만히,지켜볼 일이다. 아. 맥주만 마시고도 이렇게 취할 수 있다는 오늘의 또다른 교훈도 ..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2번 전곡이 실린 앨범을 생일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앨범 발매시기를 봐서는 아마도 고3 올라가기 직전 생일이었을 거다. 나는 한창 팝의 세계에 빠져있던 무렵이었지만 친구가 워낙 '강추'하며 준 선물이라 듣지 않을수 없었다. 이제사 고백하지만, 나는 그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들은 후, 그저 고이 간직해두었다. 작년부터 클래식 음악을 조금씩 듣다가 요즘은 즐겨듣던 라디오 채널을 버리고 클래식FM을 주로 들을 정도가 되었는데,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계기가 된 곡이 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다. 세 악장 모두 아름답지만 그 중 제1악장이 절정이 아닌가 싶다. 딱히 관련지식을 쌓아가며 듣는 건 아니라 잘 모르지만, '..
상처가 어떻게 아무는지를 병리학 시간에 배운다. 탐식세포가 어쩌고, 상피세포가 저쩌고... 그런 미시적인 수준에서 정교한 생명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제쳐놓고, 그저 이렇게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롭다. 2주전 주말, 청계산을 오르기 전 한창 즐겁던 때에 물 사러가다가 어이없게 넘어져 양 손바닥이 푹 파이고 무릎에 손바닥보다 큰 멍이 생긴지 딱 열흘만의 변화다. 넘어진 후 가까스로 일어나 신발끈을 다시 묶는 동안 보도블럭 위로 핏방울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순간 까마득했었는데, 놀랍지 않은가.
여행을 앞두고 있을 때, 준비하는 동안 설레임과 즐거움이 점차 고조되다가출발하는 그 순간, 절정에 이른다. 순전히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데, 늘 그랬다. 기차를 타고 갈 때는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기차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기 까지의 그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갈 때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내달리는 그 시간. 음.. 사실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건 아닌데. 이제 제법(?)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지 딱히 한번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데도 여행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산에 오르는 일정이 하이라이트인 여행은 처음이라서 등산용품 몇가지 사느라 인터넷 쇼핑을 좀 많이 하긴 했지만 ㅋㅋ (심지어 내 동생은, 요즘 택배가 너무 많이 와서 경비아저씨께 죄송하다고도 했다. 물론 그 주범은 나다.ㅠㅠ)지난 주에는 가..
작년 초여름에 봤던 영화인데, 최근들어 자꾸 다시 떠오르는 'Melancholia'.기괴하면서도 기가 막히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 피할 수 없는 종말을 앞두고, 저스틴과 클레어. 두 자매의 태도는 극명하게 다르다. 저스틴의 결혼식을 정성으로 준비하고 결혼식이 파국으로 끝난 후에도 저스틴을 극진히 보살피던 클레어는종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자 어쩔줄 몰라하며 두려워한다. 반면, 기본적인 일상을 꾸려나가기 힘들 정도로 중증 우울증인 저스틴은 별다른 흔들림없이 의연하게 종말을 맞이한다. 감독의 통찰력. 그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능력에 감탄. 하지만, 종말에 대처하는 자세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떤가 싶다.어차피 그 이후엔 '아무것도 없는' 건데. 한편, 최근의 내 감정상태 때문인지,영화를 ..
대학시절, 동아리 선후배들이 종종 지리산 종주를 다녀오곤 했다. 나는 학교에 6년이나 다녔는데도 늘 이런저런 이유로 한번도 껴보지 못하고 졸업을 해버렸다. 그 후로 주변 학번들 대여섯명이 지리산 종주 간다고 했던 가장 최근이, 2007년? 그쯤이었을거다. 나도 아직 학생이었고 마침 방학 때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장마철이라 위험할거라는 부모님의 만류로 결국 가지 않았다. 그 때 종주에 나섰던 친구들은 비가 많이 와서 이틀 정도 지리산 어느 산장에 갇혀 있었다. 나로서는 같이 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겠다. 그들은 비가 잦아들고 난 후 무사히 하산했고, 지리산 하면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더 추가했을테니까. 어쨌든, 다음 달에 히말라야에 가기로 한 이상 땅만 딛고 지..
원래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는 것도 곧잘하는 학생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손끝에서 나오는 글들이 두서없어지기 시작하더니만,이제는 종류와 목적을 막론하고 글 쓰는 일이 정말 힘들다. 나의 얄팍한 지성이 이제서야 바닥을 드러낸 것이 아닐런지.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열심히 채우기라도 했다면 좀 더 근근히 이어졌을텐데-_-의국 소식지에 실을 짤막한 글 하나 쓰는데 이렇게나 힘이 들다니.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싶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일단, 작년에 지키지 못하고 올해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그 일,놓치지 말고 해보자.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으면 배고픔이 따르는 건 필연적이라서, 게다가 나는 배고플 떄 잠을 청하면 잠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새로 주문한 두유 상자를 꺼내어 유기농콩을 갈아 소금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만들었다는 무첨가두유 한 팩을 꺼내어 빨대를 꽂았다. 지나치게 담백한 맛. 오늘 잠들기 전에 마무리지으려던 글은 마무리가 안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누군가 선점해버려서 어떻게 마무리짓는게 좋을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파일을 저장하고 닫았다. 결국 또 마무리는 날이 밝으면 하기로 정하고나서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지만.꼭 이럴 때 (아주 가아끔) 블로그에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싶단 말이다. 학교다닐 때, 교대근무(Shift work)가 WHO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정한 발암물질(Gr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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