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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동아리 선후배들이 종종 지리산 종주를 다녀오곤 했다.
나는 학교에 6년이나 다녔는데도 늘 이런저런 이유로 한번도 껴보지 못하고 졸업을 해버렸다.
그 후로 주변 학번들 대여섯명이 지리산 종주 간다고 했던 가장 최근이, 2007년? 그쯤이었을거다.
나도 아직 학생이었고 마침 방학 때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장마철이라 위험할거라는 부모님의 만류로 결국 가지 않았다.
그 때 종주에 나섰던 친구들은 비가 많이 와서 이틀 정도 지리산 어느 산장에 갇혀 있었다.
나로서는 같이 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겠다.
그들은 비가 잦아들고 난 후 무사히 하산했고, 지리산 하면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더 추가했을테니까.
어쨌든, 다음 달에 히말라야에 가기로 한 이상 땅만 딛고 지내다 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친구와 시간될 때마다 같이 산에 가기로 했지만, 지난 가을 두 번으로 그쳤다.
(아마 겨울이 지나면 다시 같이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ㅋㅋ)
함께 산에 갈 마땅한 동행인이 주변에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다른 친구로부터 매달 한번씩 산에 가는 좋은 모임을 소개받아 이번달 산행에 함께 하게되었다.
금요일 밤 11시에 시청역 부근에서 모여 11시반쯤 전세버스를 타고 출발,
오전 3시반쯤 지리산에 도착했(던 것 같)다. (잠에 취해있어서..ㅋㅋ)
그리고는 5시 좀 넘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거의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캄캄한 시간에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하는 것은 물론
눈 덮힌 겨울산을 오르는 것도,
또 그렇게 정기적으로 산에 오르는 모임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나선 것도 처음.
그러니 스패츠와 아이젠을 처음으로 구입해서 써본 것도 당연히 처음이었고
무릎까지 쌓인 눈이 어떤 것인지도 처음 경험해봤다.
그렇게 긴 산행도 처음이었고.
8-9시간 정도로 예상했다던 산행은 10시간 정도로 길어졌고 (다행이었다. 12시간까지는 안되어서 ㅠㅠ)
계획된 루트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운영진도 지도와 앱, 경험으로 길을 찾아가며, 때로는 헤매면서 산을 오르내리게 되어
상당히 고생스러웠다.
몇 시간 지났을 땐 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지쳐있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산행에 혼자 나서서 온 것이 신기하게도 전혀 후회되질 않았다.
처음 어느 마을 부근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 쏟아질 것 같던 별들,
그 주위를 동그랗게 에워싼 검은 산.
어디쯤에선가 여러 산줄기 너머로 아련히 보이던 섬진강 굽이굽이와
얼핏 파도소리같기도 했던, 때때로 산을 뒤덮던 바람소리.
그리고 산행 후 화엄사 부근에서 먹었던 산채비빔밥과 대나무 막걸리.
좋은 분들과 막걸리잔을 부딪히며 외쳤던, 이 모임의 전통이라는 이 말.
"역사의 흐름과 함께 저 산처럼"
"꿋꿋하게!"
왠지 울컥했다.
그래, 올 한해도 꿋꿋하게.
저 멀리 섬진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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