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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엄마의 레시피

갈매나무 2013. 9. 21. 23:17

연휴 첫날, 새벽 4시가 거의 다 되어 집에 들어와 한참 있다가 잠들었는데도 평소와 다르게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부터 동생이랑 몇가지 전을 부치고, 엄마한테 요리를 배웠다. 

명절 때마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 외에 손님(그래봤자, 작은집 식구들과 할머니 뿐이지만)맞이할 음식들을 몇가지 준비하신다. 올해 추석 음식은 몇가지 이유로, 평소보다 가짓수도 줄이고 양도 조금만. 3년 전쯤부터 명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갈비찜은 올해에도 추석 식탁에 올랐다. 갈비찜 만드는 과정은 못 봤고, 아래 두가지를 배웠다. 

 


닭개장 끓이는 법

닭을 삶아서 살코기를 찢고

거기에 각종 야채(파, 숙주/콩나물, 양파, 마늘, 고사리 등)와 양념(고추가루, 후추가루, 간장,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

이걸 닭 삶은 물에 넣고 푹 끓이면 닭개장 완성.



우엉조림 만드는 법

우엉은 껍질을 벗기고 채 썰어서 설탕물에 데친다. (설탕물에 데치면 하얘진다!)

냄비에 다진 마늘을 기름에 볶다가 우엉을 넣고 볶는다.

양념(간장, 설탕, 물엿/올리고당)을 넣고 볶다가 졸인다. 

우엉 데친 물을 넣어가며 졸이면 되고, 센 불에 볶아야 윤기가 난다. 



(이렇게 써놓으니 참 쉽죠잉?ㅎㅎ;;) 


인터넷 검색 한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레시피들이 많지만, 엄마한테 요리를 배운다는 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훗날 결혼해서 살림을 꾸려나갈 것에 대비해 조리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언젠가 엄마가 늙고 병들거나 혹은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을 날들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때는 더 이상 엄마가 만들어주셨던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없게 될테니,

엄마의 손맛을 그대로 재현할 순 없겠지만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자란 내가 

그 맛을 기억하고, 거칠게나마 엄마의 레시피를 알아두는 것. 

엄마가 그리울 때, 엄마의 레시피대로 닭개장을 끓이거나 우엉조림을 만들면서 엄마를 추억할 날이, 

싫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내게도 오겠지. 

그래서, 김치 담그는 법이나 게장, 콩비지찌개 만드는 법도 배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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