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름 카메라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것. 여행이 끝나고 한참 후에, 잊을 뻔 했던 그 순간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몇년간 몸에 배인 능숙함의 결과물인지 운좋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를, 행복한 프레임. 유쾌한 친구들 셋, 그 사이에 꼽사리껴서 함께 꼴리지 스트리트에 갔던 날이었다. 트램을 타고 '그냥' 꼴까따 구경을 하다가 어딘지도 모른채로 '여기좋네'하면서 내렸던 곳. 자인교 사원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야하나, 어떻게 해야하나... 마음이 조금 불안하던 그 때도 우린 '여행자답게' 사진을 찍었었다.ㅎㅎ 한두사람에게 길을 묻자 우리들 주변으로 모여든 십수명의 사람들. 그들 덕분에 우린 무사히 지하철을 타고 파라곤으로 돌아왔다. ^^
첫번째 도시였던 꼴까따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은, 내가 넘어서야할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낯선 여행지의 식당에서 혼자서 밥을 먹거나, 북적이는 거리에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릭샤왈라와 1:1로 맞짱뜨거나, 마살라 향이 유난히 강한 어떤 인도 음식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열몇시간 밤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몇주간의 인도 여행에서 언젠가 한번은 내가 꼭 풀어내야하는 미션이었다. 행선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 어두운 시간에 기차역으로 가는 것, 그리고 기차에서 내 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고, 화장실 갈 땐 어찌할 것이며, 외국인여자에 대한 인도남자들의 호기심가득찬 찝적댐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이른 아침 행선지에 도착해서 어떻게 여행자거리로 가야할지... 인도에서의..
47번 방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E언니가 떠나면서 빈침대가 생겨 도미토리로 옮겼다. 밤에 잠을 자는 때말고는 싱글룸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일이 거의 없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 방은 좀 우울했다. 게다가 그 방을 본 언니들이 '여기에도 방이 있는줄 몰랐다'라고 말했을만큼 1층의 구석진 곳에 있었다. 또 언니들이 혼자 여행할 때는 싱글룸보다 도미토리가 더 좋다고 권해주기도 했다. 내가 들어간 방은 침대가 7개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한국인 여자 넷, 일본인 남자 셋이 머물고 있었다. 3일간 그 방에 머무는 동안, 나는 한국인 여자들보다도 일본인 남자들과 더 가까워졌다. 그 사람들이 좀 다들 독특하고 재밌어서 이기도 했고... 한국인 여자 둘은, 처음 인사하고 몇마디 나눌 땐 괜찮았는데 그 이후로는 줄곧 나를 좀..
(꼴까따에서의 첫 날 이후로는, 시간적 순서가 아닌,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위주로 정리...) 다시 꼴까따에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Paragon Hotel로 가서 도미토리의 빈 침대가 있는지 물어볼거다. 그곳에서 여러 여행자들과 처음 만났고 게다가 난 그 사람들이 좋았고, 앞으로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곳이니까. 그 곳이 첫번째 숙소라 그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도여행 기간 중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자유롭고 독특한 분위기의 숙소이기도 했다. 도미토리 앞에서 여행자들이 모여앉아 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맥주를 마시거나 기타치고 노랠 불러도 심하게 제재를 하지 않았다. (조용한 숙소를 원하는 이들에겐 분명 짜증나는 점이겠지만) 꼴까따에만, 그것도 파라곤에서..
거리로 나섰을 때가 거의 2시.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먼저 먹은 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Melissa가, 가보고 싶은데 있냐고 나에게 물어왔지만 나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었으므로 ㅋㅋ 그냥 내키는대로 돌아다니자고 했다. Sudder st.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한 미국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 아저씨도 심심하던 참이었나본데, 지하철을 타고 아무 숫자나 찍은 후 그 숫자만큼의 구간을 이동한 후 무작정 내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그렇게 하기로 하고 Park st.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처음 타본 꼴까따의 지하철. 생각보단 괜찮았다. 좀 더 지저분하다는 것만 빼면 우리나라의 국철 수준과 비슷한것 같았다. 나는 숫자3을 찍었고 우린 세 정거장 후에 내렸다.(그 미국인 아저..
쑤완나품 공항에서 인도 항공사인 Jet Airways 비행기를 탔다. 서비스 정신 같은 건 아예 없는 것 같다는(그야말로 인도식ㅋ) Indian Airlines와는 달리 Jet Airways는 국제항공사 10위권 들었을 정도로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은근 기대됐다. (실제로도 좋았다. 기내식, 엔터테인먼트...) 방콕까지 타이항공으로 올 때는 승객 중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내에 들어서는 순간 움찔하고 놀랐던 것은, 70~80%정도가 인도인이었다는 점. ㅎㅎ (인도 항공사이니까 사실 당연한거다 ^^;) 같은 아시안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사람들과는 달리 나와 확연히 다른 얼굴을 가진 그들 사이에 있으니 정말 낯선 느낌이 들었다. 유럽인, 동양인 여행자들이 몇몇 있긴 했지만 기내에서 거의 뒤쪽 좌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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