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라나시에 도착하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기 시작할 때쯤, 가트에 서서 강가를 바라보니 보트 여러대가 이렇게 줄지어 있었다. 참 뭔가 경건해보이기도 하고, 그런 풍경이 예쁘기도 해서 사진을 찍었다.그런데 그게, 보트업자들이 모두 파업 중이라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걸 그 땐 상상도 못했다. 바라나시에서 5일인가 머물렀는데 파업은 지속되었고, 결국 보트 투어는 하지 못한 채, 아그라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내가 떠나고 2,3일 정도 바라나시에 더 머물렀다던 친구는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날 보트를 탔다고 했다. 아무튼, 바라나시에 다시 가야할 이유가 명백한 셈. ㅎㅎ
며칠전, 오랜만에 재즈를 듣다가, 떠오른 이 곳. 경성대 부근의 꽤 유명한 재즈클럽인 이곳의 이름이 'Monk'라는 걸 생각해내는 데에는 20-30초쯤 걸린것 같다. 자주 가지는 못했어도 내가 무척 좋아했던 곳. 내게 처음 이곳을 알려준 친구와 몇번 갔었다. 그 친구가 떠오르니 바카디151이 생각나고... 조직학 시험 이틀전 밤 12시쯤 학교 부근의 바에서 바카디를 마셨던 일이 떠올라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이런저런 스토리와 함께 결국 데면데면한 사이가 된 그 친구와는 올해 초인가 작년 말쯤 안부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잘 지내고 있겠지? 이제 모든 감정들이 희미해졌나보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산에 가면 한번 들러야겠다.
무려 몇 개월만에 다시 시간을 거슬러 2008년 1월의 바라나시. 지은, 정모와 온전히 하루를 보낸 그 날은 내가 바라나시를 떠나기 하루 전 날이었다. 도저히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서는 바라나시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이틀전엔가 아그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고 역시나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쉬웠다. 떠나기 전 날, 기차표를 미룰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을 만큼. 사진 찍기 전에 이발사 아저씨와 그의 손님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먼저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찍은 세 장의 사진 중엔 그런 듯한 느낌이 별로 없지만 뷰파인더로 보고 있자니 이발사 아저씨가 어찌나 카메라를 의식하시던지. ㅋㅋ 속으로 자꾸 웃음이 나왔었다. 일부러 그런 모습을 피해 셔..
역시 바라나시에서도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일단 내가 묵었던 비쉬누의 도미토리에는 베드가 12개정도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10개 정도는 한국인, 일본인 나머지 두 개는 태국, 프랑스 등. 바라나시를 마지막으로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수석, 내가 체했던 날 손을 따 주었던 윤경언니, 미싯가루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였던 일본인 언니,(얼굴은 생생한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메구카페에서 나에게 'ごちそうさまでした。(잘 먹었습니다)'를 가르쳐주었던 또 다른 일본인 언니, 자전거로 인도를 여행하던 어떤 태국 청년 ... 꼴까따의 파라곤에 묵었던 그리고 메인가트 근처에서 우연히 만나 반갑게 악수했던 그리스 아저씨, 혼자서 벵갈리 토라를 돌아다니던 날, 바라나시에 오게 된 너는 정말 lucky하다고 나에..
다시, 바라나시. 참 이상하다. 사실, 바라나시에서 여행객들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만약 좀 더 오래 머문다면 악기나 요가레슨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바라나시에서 나는 6일간 머물렀다. 사실 3일짼가 4일째 되던날, 주위 사람들에게 오늘은 꼭 기차표를 예매할거라고 떠들어대지 않았다면 기차표 예매를 하루하루 미루다가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좀 더 오랫동안 바라나시에 머물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행 기간이 몇달 쯤 된다면야, 애초에 자세한 루트를 짜지 않은 채로 온 의도대로, 발길따라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얼마든지 오래 머물수 있겠지만 나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으므로 바라나시에서 다섯밤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 내일은 꼭 기차표 가격 좀 알아봐야지, 오늘..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 - 바라나시를 이르는 말이다. 어느날 혼자 벵갈리 토라를 돌아다니다가 만난 어떤 아저씨가 이야기해준 바라나시의 옛날옛적 전설같은 이야기는, 바라나시의 옛이름이 세 개나 된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 어쨌든 바라나시는 대부분의 인도인들(힌두교도)에게 유서깊은 성지임에는 분명하다. 인도에 대해 들어온, 특히 갠지스강가의 풍경, 바로 그 풍경을 볼 수 있는 갠지스강이 있는 오래된 도시.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거쳐가는 - 바라나시. 한쪽에서는 '죽은 자'들을 불태우는 연기가 끊이지 않고 다른 한편에서는 목욕하거나 빨래하는 '산 자'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인도에 오기 전, 책에서 읽거나 듣기만 했을 때는 참 꺼림칙하게..
바라나시에 도착한 첫날, 가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참동안 눈물을 줄줄 흘리고, 그래서 콧물도 나오고 그래서 휴지를 꺼내 눈물콧물 닦아 내고... 또 눈물이 나와서 엉엉 - 그렇게 울면서 '내가 왜 울고있지?'라고 나 자신에게 반문해보았지만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 눈물이 나왔고, 두루마리 휴지를 술술 풀어 연신 눈물을 닦아내야했다. 첫 기차에서 내린 이후 시달림과 피로감도 한가지 이유였겠지만, 아무래도 릭샤 아저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던것 같다. 비록 가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에 나를 데려다주긴했지만 (사실, 그 숙소가 '가짜'라고 말할순 없다. 이름은 정말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였으니까 ^^; 다만 가이드북에 나온 그 유명한 숙소가 아니었을 뿐.) 진심으로 미안해했던 아..
내가 필름 카메라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것. 여행이 끝나고 한참 후에, 잊을 뻔 했던 그 순간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몇년간 몸에 배인 능숙함의 결과물인지 운좋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를, 행복한 프레임. 유쾌한 친구들 셋, 그 사이에 꼽사리껴서 함께 꼴리지 스트리트에 갔던 날이었다. 트램을 타고 '그냥' 꼴까따 구경을 하다가 어딘지도 모른채로 '여기좋네'하면서 내렸던 곳. 자인교 사원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야하나, 어떻게 해야하나... 마음이 조금 불안하던 그 때도 우린 '여행자답게' 사진을 찍었었다.ㅎㅎ 한두사람에게 길을 묻자 우리들 주변으로 모여든 십수명의 사람들. 그들 덕분에 우린 무사히 지하철을 타고 파라곤으로 돌아왔다. ^^
지난 겨울, 인도의 McLeod Ganj. 매스컴에서는 '다람살라'라고 불리는 그곳. (다람살라 중에서도 달라이 라마 망명정부가 있는 곳은 정확히, 맥그로드간지이다.) 8살 때 티벳에서 인도로 넘어온 이후로, 17살이 된 지금까지 티벳에 남은 부모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고등학생, Tibetan leader였던 아버지가 어릴 때 중국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티벳이 독립하면 다시 티벳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어떤 친구, 설날 아침, 티벳의 가족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샵앞에 길게 줄서있던 사람들... 언젠가 티벳에 여행가게 되면, 티벳에 있는 자기 가족들에게 미리 연락해놓을 테니 라싸에 있는 자기 집에 가서 머무라고 이야기했던 친구... 그의 가족들은 지금 무사할까. 외부와의 단절 때문에 인터넷뉴스 외..
(꼴까따에서의 첫 날 이후로는, 시간적 순서가 아닌,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위주로 정리...) 다시 꼴까따에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Paragon Hotel로 가서 도미토리의 빈 침대가 있는지 물어볼거다. 그곳에서 여러 여행자들과 처음 만났고 게다가 난 그 사람들이 좋았고, 앞으로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곳이니까. 그 곳이 첫번째 숙소라 그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도여행 기간 중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자유롭고 독특한 분위기의 숙소이기도 했다. 도미토리 앞에서 여행자들이 모여앉아 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맥주를 마시거나 기타치고 노랠 불러도 심하게 제재를 하지 않았다. (조용한 숙소를 원하는 이들에겐 분명 짜증나는 점이겠지만) 꼴까따에만, 그것도 파라곤에서..
거리로 나섰을 때가 거의 2시.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먼저 먹은 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Melissa가, 가보고 싶은데 있냐고 나에게 물어왔지만 나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었으므로 ㅋㅋ 그냥 내키는대로 돌아다니자고 했다. Sudder st.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한 미국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 아저씨도 심심하던 참이었나본데, 지하철을 타고 아무 숫자나 찍은 후 그 숫자만큼의 구간을 이동한 후 무작정 내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그렇게 하기로 하고 Park st.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처음 타본 꼴까따의 지하철. 생각보단 괜찮았다. 좀 더 지저분하다는 것만 빼면 우리나라의 국철 수준과 비슷한것 같았다. 나는 숫자3을 찍었고 우린 세 정거장 후에 내렸다.(그 미국인 아저..
쑤완나품 공항에서 인도 항공사인 Jet Airways 비행기를 탔다. 서비스 정신 같은 건 아예 없는 것 같다는(그야말로 인도식ㅋ) Indian Airlines와는 달리 Jet Airways는 국제항공사 10위권 들었을 정도로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은근 기대됐다. (실제로도 좋았다. 기내식, 엔터테인먼트...) 방콕까지 타이항공으로 올 때는 승객 중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내에 들어서는 순간 움찔하고 놀랐던 것은, 70~80%정도가 인도인이었다는 점. ㅎㅎ (인도 항공사이니까 사실 당연한거다 ^^;) 같은 아시안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사람들과는 달리 나와 확연히 다른 얼굴을 가진 그들 사이에 있으니 정말 낯선 느낌이 들었다. 유럽인, 동양인 여행자들이 몇몇 있긴 했지만 기내에서 거의 뒤쪽 좌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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