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라나시에 도착하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기 시작할 때쯤, 가트에 서서 강가를 바라보니 보트 여러대가 이렇게 줄지어 있었다. 참 뭔가 경건해보이기도 하고, 그런 풍경이 예쁘기도 해서 사진을 찍었다.그런데 그게, 보트업자들이 모두 파업 중이라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걸 그 땐 상상도 못했다. 바라나시에서 5일인가 머물렀는데 파업은 지속되었고, 결국 보트 투어는 하지 못한 채, 아그라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내가 떠나고 2,3일 정도 바라나시에 더 머물렀다던 친구는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날 보트를 탔다고 했다. 아무튼, 바라나시에 다시 가야할 이유가 명백한 셈. ㅎㅎ
무려 몇 개월만에 다시 시간을 거슬러 2008년 1월의 바라나시. 지은, 정모와 온전히 하루를 보낸 그 날은 내가 바라나시를 떠나기 하루 전 날이었다. 도저히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서는 바라나시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이틀전엔가 아그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고 역시나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쉬웠다. 떠나기 전 날, 기차표를 미룰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을 만큼. 사진 찍기 전에 이발사 아저씨와 그의 손님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먼저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찍은 세 장의 사진 중엔 그런 듯한 느낌이 별로 없지만 뷰파인더로 보고 있자니 이발사 아저씨가 어찌나 카메라를 의식하시던지. ㅋㅋ 속으로 자꾸 웃음이 나왔었다. 일부러 그런 모습을 피해 셔..
역시 바라나시에서도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일단 내가 묵었던 비쉬누의 도미토리에는 베드가 12개정도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10개 정도는 한국인, 일본인 나머지 두 개는 태국, 프랑스 등. 바라나시를 마지막으로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수석, 내가 체했던 날 손을 따 주었던 윤경언니, 미싯가루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였던 일본인 언니,(얼굴은 생생한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메구카페에서 나에게 'ごちそうさまでした。(잘 먹었습니다)'를 가르쳐주었던 또 다른 일본인 언니, 자전거로 인도를 여행하던 어떤 태국 청년 ... 꼴까따의 파라곤에 묵었던 그리고 메인가트 근처에서 우연히 만나 반갑게 악수했던 그리스 아저씨, 혼자서 벵갈리 토라를 돌아다니던 날, 바라나시에 오게 된 너는 정말 lucky하다고 나에..
다시, 바라나시. 참 이상하다. 사실, 바라나시에서 여행객들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만약 좀 더 오래 머문다면 악기나 요가레슨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바라나시에서 나는 6일간 머물렀다. 사실 3일짼가 4일째 되던날, 주위 사람들에게 오늘은 꼭 기차표를 예매할거라고 떠들어대지 않았다면 기차표 예매를 하루하루 미루다가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좀 더 오랫동안 바라나시에 머물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행 기간이 몇달 쯤 된다면야, 애초에 자세한 루트를 짜지 않은 채로 온 의도대로, 발길따라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얼마든지 오래 머물수 있겠지만 나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으므로 바라나시에서 다섯밤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 내일은 꼭 기차표 가격 좀 알아봐야지, 오늘..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 - 바라나시를 이르는 말이다. 어느날 혼자 벵갈리 토라를 돌아다니다가 만난 어떤 아저씨가 이야기해준 바라나시의 옛날옛적 전설같은 이야기는, 바라나시의 옛이름이 세 개나 된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 어쨌든 바라나시는 대부분의 인도인들(힌두교도)에게 유서깊은 성지임에는 분명하다. 인도에 대해 들어온, 특히 갠지스강가의 풍경, 바로 그 풍경을 볼 수 있는 갠지스강이 있는 오래된 도시.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거쳐가는 - 바라나시. 한쪽에서는 '죽은 자'들을 불태우는 연기가 끊이지 않고 다른 한편에서는 목욕하거나 빨래하는 '산 자'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인도에 오기 전, 책에서 읽거나 듣기만 했을 때는 참 꺼림칙하게..
바라나시에 도착한 첫날, 가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참동안 눈물을 줄줄 흘리고, 그래서 콧물도 나오고 그래서 휴지를 꺼내 눈물콧물 닦아 내고... 또 눈물이 나와서 엉엉 - 그렇게 울면서 '내가 왜 울고있지?'라고 나 자신에게 반문해보았지만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 눈물이 나왔고, 두루마리 휴지를 술술 풀어 연신 눈물을 닦아내야했다. 첫 기차에서 내린 이후 시달림과 피로감도 한가지 이유였겠지만, 아무래도 릭샤 아저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던것 같다. 비록 가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에 나를 데려다주긴했지만 (사실, 그 숙소가 '가짜'라고 말할순 없다. 이름은 정말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였으니까 ^^; 다만 가이드북에 나온 그 유명한 숙소가 아니었을 뿐.) 진심으로 미안해했던 아..
바라나시정션역. 간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였을까, 나는 플랫폼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역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어딘지 한참이나 헤맸던것 같다. 꼴까따에서 처음 기차를 탈 때는 꽤 긴장했었지만 기차를 타고 달려오는 동안 잠을 푹 잘 수는 없었어도 어느 정도는 긴장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기차역에서 원하는 숙소까지 별 탈없이(?) 어떻게 무사히 갈 것인가, 하는 것이 걱정스럽긴 했어도, 다른 한편으론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피곤하고 어리버리해보였을 내 얼굴과 비교적(?) 깨끗한 내 커다란 배낭은, 광장에 즐비해있던 릭샤꾼들의 표적이었을 거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광장으로 나서기는 커녕 플랫폼에서부터, 그리고 그 플랫폼 사이를 잇는 통로 곳곳에서부터 어디까지 가느냐, 내가 좋은 숙..
첫번째 도시였던 꼴까따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은, 내가 넘어서야할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낯선 여행지의 식당에서 혼자서 밥을 먹거나, 북적이는 거리에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릭샤왈라와 1:1로 맞짱뜨거나, 마살라 향이 유난히 강한 어떤 인도 음식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열몇시간 밤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몇주간의 인도 여행에서 언젠가 한번은 내가 꼭 풀어내야하는 미션이었다. 행선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 어두운 시간에 기차역으로 가는 것, 그리고 기차에서 내 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고, 화장실 갈 땐 어찌할 것이며, 외국인여자에 대한 인도남자들의 호기심가득찬 찝적댐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이른 아침 행선지에 도착해서 어떻게 여행자거리로 가야할지... 인도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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