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블로그를 연 이후, 벌써 수년이 흘렀고 그간의 이런저런 경험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블로그 유입 검색어도 다양해졌는데 돌이켜 보면 재미있다. 가장 재미있고 꾸준히 눈에 띄는 검색어는 '앞머리자르기' 유사 검색어로 '혼자 앞머리' '앞머리' 등이 있다. 앞머리를 자르려는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검색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으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 블로그의 '앞머리자르기'는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ㅎㅎ 가장 씁쓸한 검색어는 '마이너스 통장' '전문직 마이너스 통장' '의대생 마이너스 통장' 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슬픈 검색어는 '비정규직 마이너스 통장' 이었다.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가 검색을 해본걸까. 실마리를 찾아보고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이었을것이다. 한편, 매..
며칠전, 오랜만에 재즈를 듣다가, 떠오른 이 곳. 경성대 부근의 꽤 유명한 재즈클럽인 이곳의 이름이 'Monk'라는 걸 생각해내는 데에는 20-30초쯤 걸린것 같다. 자주 가지는 못했어도 내가 무척 좋아했던 곳. 내게 처음 이곳을 알려준 친구와 몇번 갔었다. 그 친구가 떠오르니 바카디151이 생각나고... 조직학 시험 이틀전 밤 12시쯤 학교 부근의 바에서 바카디를 마셨던 일이 떠올라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이런저런 스토리와 함께 결국 데면데면한 사이가 된 그 친구와는 올해 초인가 작년 말쯤 안부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잘 지내고 있겠지? 이제 모든 감정들이 희미해졌나보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산에 가면 한번 들러야겠다.
여러해 전 농민대회에 갔다가 당신들 자식같은 곡물이며 과일들을 땅바닥에 내팽겨치는 농민분들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궁지에 몰린 상황이면 자식들을 내다버리게 될까. 아마 그렇게 구석진 곳에 가서 눈물을 훔치게 되었던 건, 짧은 기간이나마 여러 차례 농활가서 보고 느꼈던 그 분들의 삶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걸 몰랐다면, 눈물은 커녕, 내가 그 곳에 가있기나 했을까. * 한 노동자가 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이다 끝내 목을 맸다. 내가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투쟁에 비로소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몇 해 전 목을 맨 동료의 투쟁기간을 이미 넘겼을 때였다. 전후사정을 알고나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걱정이 됐다. 저 분도 혹시 또 끝내..
어느덧 3월이 절반이나 지났다. 올해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것들이 벌써 가물가물해지려고 해서 떠올리려는 노력을 조금이나마 해야한다-_- 작심삼일이라더니, 3일마다 한번씩 다짐을 업그레이드해야할 판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요즘 나를 가장 심란하게하는 기저의 한가지 생각-뭔가 더욱 창의적이거나 발전적인 고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도, 대강의 밑그림도 없이 때마다 닥친 일들을 해치우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이 늘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어떤 새로운 집단의 일원이 되기 전에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건데, 돌이켜보면, 늘 어디서건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그..
역사가 진보한다는 것이 늘 곧게 뻗은 일차방정식의 그래프 모양을 따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수년간 한국사회를 여러모로 '특별히' 앞장서서 후퇴시켜놓은 대통령의 임기말이라서인지, 곪고 곪아있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진물처럼 터져나온다. 더불어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들도 함께. (다행히도...?) 그것이 현 정권의 유일한 업적(?)이랄까. -_- (물론, 정권이 바뀐다고해서 뭔가 송두리째 변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각종 미디어의 정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기하급수적으로 마구마구 생겨나는 느낌이다. 스무살이 되면서 선거에 참여한 이후로 어느 정당을, 어느 후보를 지지해야하는가에 대해 혼란스러웠던 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의 당선가능성이 어떻든 나름의 ..
"어떻게 그런 생각(자본론을 읽을 생각)을 했어?" 이미 자본론을 공부해본 적이 있는 동료의 반응은 이랬다ㅎㅎ 3월이 되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진 위치에서 꽤 바빠질 예정이라, 그 전에 몇가지 하고 싶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그래서 요즘 피곤하다-_-) 그 중 한가지가 을 읽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일부라도) 읽어보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그 언젠가라는 것의 시작이 요 며칠 전이 되었다. 원래는 다른 자본론 강의를 들으려고 여행가기 전에 신청해놨는데 돌아와보니 강의 스케쥴이 변경되면서 전체 스케쥴의 절반이상을 들을 수 없게 되어 결국 취소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된 것이 자유인문캠프. 그 중의 '자본론 읽기 입문'. 발견하자마자 속전속결로 관계자에게 메일로 문의한 후 바로 신청..
대학에서 풍물패 활동을 한다고 해서 다 악기 치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일단 풍물에 대한 관심이 있어 동아리에 가입했을지언정 그 관심이 지속되지 않을수 있고 그저 사람들이 좋아서 동아리에 남는 경우도 많다. 어느 패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학번별로 유독 악기에 관심이 많고 그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들이 몇몇 있다. 그래서 동아리 집행부 활동이 끝나고나서도,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 사회패에 가입한다든지, 더욱 흔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새롭게 속하게 된 집단에서 풍물패를 만드는 선배도 있다. 나는 풍물에 대한 관심을 계속 외면(?)할 수 없어 1학년 늦가을에서야 동아리에 가입한 케이스다. 1년에 한번 11월에 있는 동아리 정기공연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 들어와 선배에게서 장구채 쥐는 법부터 배웠다. 이제 ..
여러가지들을 블로그에 써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런 생각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무척 의미있는 일로 여겨지고 머릿속에 각인되는 듯 느껴져 굳이 메모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그게 뭐였는지 까맣게 잊는다. 하루 하루 마음 깊숙이 뿌듯하게 채워 보내는 느낌이 아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뭔가 중요한 것들이 내게서 숭숭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달까. 혹시 혈중 납농도를 체크해보거나 정말 brain MRI를 찍어봐야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기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도 아닌것 같고... 혹시 생생한 삶에 대한 의지가 한풀 꺾여서 나름대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점차..
작년 12월 9일, 구로역 부근의 모처에서 한노보연 송년회에 참석했다. 2011년 통틀어 첫번째로 참석한 송년회였고, 한노보연 후원회원이 되고 난 후 거의 첫번째로 참석한 모임이기도 해서 그런지 송년회에 참석하면서 어떤 '요구'를 받게 될거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둔하다-_-) 모임에 나타났다. 건물의 지하1층에 있는 허름한 김치찌개집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이걸 써야 밥을 준다'며 작은 색지 조각을 건네받았다. 새해에 얻고 싶은 것, 버리고 싶은 것을 써야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나름 테이블에 앉아 꽤 한참을 고민해야했다. 사실 좀 진지한 모드로 나가야하나, 아니면 그냥 가볍게 써도 될지, 분위기 파악도 안되는 상태라. 결국 이렇게 썼다. 얻고 싶은 것 : 2년차, 한노보연 정회..
서른살즈음이 되면 훨씬 지혜로워져서 인생을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단지 그게 서른살이 되면 그렇다는게 아니라 무릇 나이들어간다는 것이란, 그런거라고. 그것이 얼마나 먼 이상에 불과한가를 특히나 해를 넘기려는 요즘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나이듦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범위를 좁혀 생각해본다면, 타인과의 다름에 대해 더 너그러워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 깊고 넓어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난 여전히 너무 고집이 세고 뻣뻣하지 않은가. 10년전에도 스스로 단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서 점점 더 뻣뻣해질것인가, 말랑말랑해지는 숙성과정으로 갈 것인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지는 않겠지만, 변화해야겠다. 노력하겠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산타할아버지가 들렀다가실 것만 같은, 그런 밤이다. 5살때였나,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바로 길 하나 건너 있는 아파트에 살던 때였다. 난,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일어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두고 가셨을 거라고 믿던 유치원생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맡에 선물 상자가 있었다. 정말로. 당연히 기뻐했겠지. 유치원에서도 산타할아버지한테서 선물(주방놀이 셋트ㅎ)을 받았는데 또 받다니. 선물 상자는 사선 줄무늬 프린트의 포장지로 싸여있었다. 줄무늬 사이엔 '그랜드백화점'이 반복적으로 찍혀있었고. 물론, 난 의심하지 않았다. 당연히 산타할아버지가 그랜드백화점에서 선물을 사신거라고 생각했다. 상자엔 장난감 전화기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기억하는 다음 장면은, 엄마와 그..
오늘도 의국에 혼자. 이젠 의국에 혼자 있을 때가 더 익숙하고 편안하다. 본관에 당직실이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의국 내 자리에 앉아있다가 피곤할 땐 의자에 앉은 채로 잠들 때가 있다. 깨고 나면 피로감은 배가 되어있다. 게다가 훌쩍 시간이 지났음을 확인하면 더더욱 상승. 어제 아침이 최고조였다. 새벽 2~3시쯤 의자에 앉아서 잠이 든 모양인데 눈을 뜨니 아침 7시였다. -_- 숙소로 부랴부랴 달려가 샤워를 하고 회진 준비. 그리고 세미나, 발표. 최근, 첫째는 심심하고, 둘째는, 일주일 중 22시간을 제외하고 병원에 내내 있어야한다는 것이 참기 힘들 정도로 지루해졌고 (그래도 참아야지 어쩌겠는가ㅎ) 셋째는 고립감. 혼자만의 섬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며칠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슬슬 ..
인턴생활 1년동안 가장 널럴하고 편안했던 소아과. 아침 일찍일어나 회진 준비를 하고, 회진이 끝나면 정명이랑 휴게실에서 TV를 보며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겼다. 그리곤 이렇게 방으로 들어와 낮잠을 즐기곤했다ㅎㅎ 정든 부천을 떠나 무시무시한 의정부로 곧 떠나야했기에 슬슬 아쉽기도 했고 같은 방 친구들이 더욱 애틋했던, 그 여름날. 지금도 좀 그렇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고 꽤 경력이 쌓인 의사가 되고나면 2010년, 실수투성이 인턴이었던 시절을 종종 떠올리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면서 한편으론 조금 그리워질 것도 같다. (물론 인턴시절로 되돌아가고싶지는 않다ㅎ)
어느덧 6월 - 이따금씩 선생님들이 밖에 나가서 점심먹자고 하실 때 주섬주섬 햇빛구경하듯이 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널 때,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느꼈었다. 어느날엔가는 중환자실 창 너머로 벚꽃이 만개한걸 보았고 토요일 오후 윤중로의 빼곡한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일부러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탔다. 그것도 잠시- 이젠 여름 냄새가 난다. 아직 일교차가 제법있어 저녁엔 반소매 차림으로 외출하기에는 서늘한 감이 있지만 코끝에 묻어나는건 풀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냄새같기도 한, 습습한 여름 냄새다. 1년차의 6월 이렇게 저녁시간에 짬내어 포스팅을 할 수 있는 1년차가 몇이나 될까 물론, 의국이 바로 이웃해있는 피부과 1년차 정도라면 그럴수 있을런지도...? 아무튼 이제 석달 이상 해오던 일에 꽤 익숙해..
작년 2월, 첫 출근을 며칠 앞두고 1년간의 인턴 스케쥴표가 공개되었다. 인턴 근무는 1개월에 1개 과에서 근무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첫 근무는 2월 중순에 시작하므로 40여일간 근무하는것이 보통이다. 그 수많은 과들 중에서 응급실, 신경외과만 아니면 다 괜찮다고 간절히 바랬건만 스케쥴표를 확인하고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그 엑셀파일을 몇번이나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확인했었는지 모른다. 응급의학과! 인턴 첫 달의 응급실은 더더욱 힘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현역 남자의사들을 배치한다고 한다는 이야기는 진정 헛소문이었나... 어쨌든, 2010년 2월 18일, 난 부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로 첫 출근을 했었다. CMC에 속해있는 수도권의 6개병원 가운데 유일하게(아마도?)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없는 곳. 그야..
경우랑 또 한 명은... 보라 아니면 종석이었을 거다. 셋이서 장구를 챙겨매고 있었다. 가물가물한 설장구 가락을 구음으로 맞춰보는데, 너무 오랜만에, 그것도 준비없이 갑자기 설장구를 하려니 쑥스럽고 어색한 한편으론 그마저도 즐거워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왠 갑자기 삐삐 소리람. 아. 핸드폰이 울렸다. 오전 10시 30분쯤. 2년차 선생님 콜. 이번달 들어 가장 늘어지게 잠을 잘 수 있었던 어제 오전, 달콤했던 한 컷. 아직도 내겐 설장구에 대한 로망이 마음 한 구석에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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