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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2번 전곡이 실린 앨범을 생일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앨범 발매시기를 봐서는 아마도 고3 올라가기 직전 생일이었을 거다. 

나는 한창 팝의 세계에 빠져있던 무렵이었지만 친구가 워낙 '강추'하며 준 선물이라 듣지 않을수 없었다. 

이제사 고백하지만, 나는 그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들은 후, 그저 고이 간직해두었다. 


작년부터 클래식 음악을 조금씩 듣다가 요즘은 즐겨듣던 라디오 채널을 버리고 클래식FM을 주로 들을 정도가 되었는데,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계기가 된 곡이 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다. 세 악장 모두 아름답지만 그 중 제1악장이 절정이 아닌가 싶다. 딱히 관련지식을 쌓아가며 듣는 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아름답다'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모자란, 그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들어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예술, 아름다움 - 이런 것들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누구나 보편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라는 교과서적 의미를 새삼 실감했다고나 할까. 


그 앨범을 내게 선물로 준 친구와 나는 올해 20년지기가 되었다. 

(친구는 우리가 무려 20년지기라니 너무 나이든 것 같아 부끄럽다고 했다ㅠㅠ) 

나는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에서야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이미 십여년전에 내게 그 앨범을 강추하던 내 친구 OO. 

음... 조숙한 친구라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상상이상으로 조숙한 아이였어. ㅎㅎ

아마 본인은 내게 그런 걸 선물로 준 적이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 못할지도 모르겠다. 



** 아무튼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은, 평소의 음악적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한번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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