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평이 그리 좋지 않다. 아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구조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런 구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인상깊게 보았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며 주인공인 4살 아이 쿤이 결국 한단계 성장하는데성장영화/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보다 세살 어린 바로 아래 동생과 나는 개월수로는 45개월 차이가 난다. 외동딸로 살던 시절의 기억은 전혀 없다. 오래된 사진을 보고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내가 이런 곳에 갔었구나, 하고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갓난아기이던 동생을 처음 만난 순간만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마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 시절 중 가장 오래된 장면일테고, 가장 강력한 순..
작년 초에 2주에 책 한권 이상 읽기로 한 약속을 거의 지켰다. 1월,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3~5월을 제외하고.2017년은 책읽기의 재미를 다시 찾은 해였다. 돌이켜보면, 2016년 말에 선물받아 읽었던 가 너무 좋았는데 (별점 5개!)그게 시작이었다. 다른 좋은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졌다. 작년 한해 읽었던 책을 다시 떠올리며 결산해본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별점도 매겨봤다.내가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은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두가지를 스스로 물어보아 별점을 매겼다. (5개 만점)다시 읽고 싶거나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재미일수도 있고, 가치나 의미일수도 있다. 별점이 꽤 후한 편인데,지루하거나 재미없는 책, 잘 읽혀지지 않는 책은 읽다말았고, 그런 책은 아래 목록에 넣지 않았기 때..
* 영화의 결정적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재미있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영화 소개 코너에서 ‘동어 반복과 자기복제’가 난무하는 요즘의 한국 영화계에서 반가운 영화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작년에 참 재밌게 보았던 영화 ‘우리들’을 만든 영화사의 작품이었던 것.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개봉 후 3일째 영화관에 갔다. 영화 ‘용순’은 여고생 용순의 2학년 여름을 담고 있다. 충청도의 어느 고등학교에 다니는 용순이 육상부에 들어가 육상대회 준비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용순은 육상부 담당인 젊은 체육 교사를 좋아하게 되고, 선생님과 비밀..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삶을 경주로만 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레이스가 시작되죠. 요즘은 더 빨리 시작된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합니다. 그리고 명문 중학교에 가야 하죠. 거기 갈 때가지 행복을 유보해요. 명문 중학교에 가서 3일 정도 좋아하다가 다음부터 다시 행복을 유보하고 특목고를 향해 달립니다. 특목고에 들어가면 또 서울대에 가기 위해 다시 행복을 유보해요. 서울대에 가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부장이 되기 위해, 임원이 되기 위해,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행복을 유보해요. 그러고 나면 나이 60, 70이 되죠.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쯤에나 찾게 될 겁니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
인간관계란 어때야만 한다는 이상에 근거해서 행동하지 않고 그냥 서로 사랑하고 가능한 최대한 진실하게 살 수 있기를. 거짓말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서. 앉아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마음속 생각을 자유로이 말할 수 있기를. 자기의 이해에 따라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단지 누군가가 18년 전이나 혹은 과거의 어느 때 서약을 했다는 이유로 나와 함께 머무는 건 싫다. 원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나와 함께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는 믿음 때문에, 바로 그런 이유로 내 곁에 머물러야 한다. 깨어서 의식하는 삶, 그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열망하는 삶이다. - 에단 호크, 중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나는 몇 번 고개를 젓고 미도리 얼굴을 보았다. "내 머리가 나쁘기 때문일테지만, 때로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어."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中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중에 두번째로 좋아하는 노래 쯤 될 것 같다. 듣고있으면 마음이 따끈하게 데워지는 기분이다. 그나저나 두리반에서도 공연했었다니. :)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워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당신 비 그친 뒤 새소리가 왜 초록빛인 줄 아세요? 망고나무 아래 우두커니 서 있는 짜이 장수의 짜이 맛이 빗방울 속에서 더 깊어지는 이유를 아세요? 비가 내리는 동안 풀밭의 소가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아세요? 폭우 속을 달려가는 릭샤왈라의 흙집에 몇명의 아이가 누워 있는 줄 아세요? 그중의 한 아이가 릭샤왈라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낡은 릭샤 안장에 처음 앉았을 때 한참 짧은 아이의 다리를 보며 아버지가 처음 한 말이 무엇인지도요? 당신 빗방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탄 밤 열차가 보르드만을 지나 어디로 가는지 혹 아세요? 기적소리 젖을 대로 다 젖은 그 열차가 한밤 내내 우두커니 철교 위헤 멈춰선 이유를 아세요? 비 그친 뒤 나무 이파리들이 우체국 창 앞에서 춤추는 이유를 아세요? 저녁 바람 속에..
탈북자의 이야기이며, 몇몇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는 것만 알고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다. 없는 시간 만들어서 볼 의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닿으면 보고싶던 영화였고, 저녁에 여유가 있었던 요 며칠 전, 때마침 시간맞춰 압구정 CGV에서 상영한다는 것을 알고 9호선을 타려다가 재빨리 3호선 플랫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운이 좋았는지, 때마침 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님과의 GV도 잡혔있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다. 배경음악 하나 없는 스크린 속에서 주인공 승철이 처한 여러 상황들은 나를 그의 삶에 몰입하게하는 동시에 불안하게 만든다. 착하지만 융통성이나 요령이라고는 전혀 없는 승철이 과연 행복해질수 있을지, 아니 이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나 할수 있을지 마음 졸이면서. 주인공이..
장진의 리턴투햄릿. 내용이나 리뷰에 대한 정보없이 이름 하나만 믿고 보러간 작품이다. 장진의 연극은 일단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온터라. 정보없이 가서 그런지 내용도, 구성도 신선했다. 재미와 감동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마당극 형식이 등장한 것이 무척 좋았다. 을 공연하는 배우들의 무대뒤 분장실을 무대로, 배우들의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어색함없이 어우러진다. (물론 원작 그대로의 햄릿은 아니다!) 내가 가장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예술노동자로서의 배우들의 모습이었다. TV나 영화가 아닌, 무대에서, 즉각 반응하는 관객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 무대에서 천정의 조명이 떨어져서 다쳐도 보상받을 수 없고, '된장(분장)바르고 지웠다가 술 조금, 절망 조..
많이 보지는 않았어도 다큐 영화를 꽤 좋아하는 터라 영화를 볼만한 여유가 있을 때는 늘 상영중인 다큐 영화들도 당연히 눈여겨 보는데 특히나 이 영화는 우리나라 산업 보건의 실체에 대한 것이라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어쩌다 KU시네마테크 트윗을 팔로우하다가 공짜 초대권까지 얻게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의 미덕은, 담담하게 보여주기에 그 참담함이 더욱 실체로 다가온다는 것이고 결정적인 단점은 지루하다는 것, 2시간 10여분의 러닝타임.(영화보는 동안 난 세 번 이상 시계를 봤다 ^^;) 다큐로서는 상당하지만, 영화로서는 좀 별로다. 사실, 휴일에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가 이른 저녁밥을 먹고 지각할까봐(KU시네마에서는 광고가 없다. 영화는 예정된 시각에 본론으로 들어간다)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
언제부턴가 그냥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이 대개 그저그렇고 시시하다는 생각이 든 뒤로부터는 영화한편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국도극장이나 (정식명칭은 국도가람예술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상영하는 영화들 중에서 땡기는 것을 골라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소위 예술영화라고 해서 메이져극장에서 소외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고, 큰 극장에서 개봉했다고해도 미처 챙겨볼 틈도 없이 금세 내려진 그런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곳. 몇달전 대연동으로 이사가기 전까지는 집에서 10분 거리인 남포동에 있어서 집에 있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동해도 쉽게 가서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버스타고 가는데 최소한 40분은 걸리게 됐다. 처음 가던 날은 그리도 낯설던 길이 세번째로 가던 어제는 꽤 익숙해졌다. 아무튼 어제도 그..
- Total
- Today
- Yesterday
- Agfacolor 200
- 인도여행
- 바라나시
- 꼴까따
- 의사
- social epidemiology
- 동영상
- Varanasi
- 영화
- 출산
- 사진
- 기억
- 임신
- 인도
- 직업환경의학
- 갠지스강
- 사회역학
- Kolkata
- Pentax K200D
- 전시회
- 추천음악
- 여행
- nikon coolpix p4
- 열매
- 사진전
- pentax me-super
- 친구
- 혼자 떠난 여행
- 인턴
- 브로콜리 너마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