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달 전의 일이다. 진찰 대상자 명단의 사번을 보니 그는 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한지 아직 만 3년이 되지 않았다. 명단에 나이는 나와있지 않았지만 재작년에 대학에 입학한 내 막내동생이 떠오를 만큼 앳된 얼굴이었다. 입사 이후 지금까지, 오른팔에 힘을 주고 어깨를 돌리며 자동차 도어에 웨자를 끼우는 작업만 해왔는데, 일하는 동안 팔과 어깨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신체진찰을 해보니 관절이나 뼈의 문제, 근육의 심각한 손상보다는 반복작업에서 비롯된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았다. "뭉쳐있는 근육을 풀어주려면 자주 스트레칭을 하셔야 돼요.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작업을 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이 일을 계속 하면서 통증을 예방하려면 장기적으로는 근력 운동을 하셔야합니다." 바로 내 앞에 앉아있는 그의 얼굴에 희..
여러가지들을 블로그에 써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런 생각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무척 의미있는 일로 여겨지고 머릿속에 각인되는 듯 느껴져 굳이 메모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그게 뭐였는지 까맣게 잊는다. 하루 하루 마음 깊숙이 뿌듯하게 채워 보내는 느낌이 아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뭔가 중요한 것들이 내게서 숭숭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달까. 혹시 혈중 납농도를 체크해보거나 정말 brain MRI를 찍어봐야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기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도 아닌것 같고... 혹시 생생한 삶에 대한 의지가 한풀 꺾여서 나름대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점차..
요즘 인도여행기를 쓰고 있다. 예전 베트남 여행 때는 고작 열흘 뿐이었는데도 여행하는 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아니 쓰지 않았다. 별로 필요성을 못느꼈던 것 같다. 적은 것이라곤 하루동안의 지출내역 정도 였는데 그나마도 매일매일 꼼꼼하게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날을 이틀앞두고 카메라를 잃어버렸고, 그때까지 찍은 사진도 몽땅 날아가버렸다. 남은 이틀간 일회용 카메라 두 개로 찍은 사진 몇장이 그 여행의 기록의 전부가 되었다. 물론 아무리 기록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머릿속에, 마음속에 남은 것보다 생생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것들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더라도, 그 때의 사진 몇장이나 혹은 기차표나 영수증을 보면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떠오른다. 그런데 그런 기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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