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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필봉 대보름굿

갈매나무 2012. 2. 7. 23:48

대학에서 풍물패 활동을 한다고 해서 다 악기 치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일단 풍물에 대한 관심이 있어 동아리에 가입했을지언정 그 관심이 지속되지 않을수 있고
그저 사람들이 좋아서 동아리에 남는 경우도 많다.
어느 패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학번별로 유독 악기에 관심이 많고 그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들이 몇몇 있다.
그래서 동아리 집행부 활동이 끝나고나서도,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 사회패에 가입한다든지,
더욱 흔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새롭게 속하게 된 집단에서 풍물패를 만드는 선배도 있다.

나는 풍물에 대한 관심을 계속 외면(?)할 수 없어 1학년 늦가을에서야 동아리에 가입한 케이스다.
1년에 한번 11월에 있는 동아리 정기공연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 들어와
선배에게서 장구채 쥐는 법부터 배웠다. 
이제 막 동아리에 가입한 2학기 새내기의 열정에 화답하듯이 한 학번 위 선배도 공격적인 방식과 속도로 나를 하드트레이닝한 덕에 어찌됐든 난 동아리 가입 한달 만에 정기공연에서 휘모리 설장구를 선보이게 된다. ㅎㅎ
(완성도에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하기로한다;;) 

반면, 동아리 회장을 하면서 악기에 대해서는 유일한 또다른 집행부이자 상쇠였던 동기에게 많은 부분을 맡겨버렸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그 때를 기억하기에는.)
악기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집행부가 끝나고나서도 후배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주거나
설장구를 가르쳐야겠다고 딱히 마음먹은 적이 없다.
악기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대개는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해서든 자신의 기량을 전수해주고 싶기 마련.
하지만 난 그런 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졸업 후, 장구를 치고 싶은 마음에, 꿈에서라도 장구를 치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을까. 
풍연 20주년 기념 판굿 때 나이어린 후배들 틈에서 최고령 장구치배로 복색을 갖추고 뛰어다니게 될 줄,
학교 다닐 때도 한번도 가지 않았던 필봉 대보름굿 구경을 가겠다고 다른 이들을 꼬드기게 될 줄 몰랐다. 

그렇게, 지난 토요일,
대학 풍물패 가입 11년(헉!)만에 난생 처음으로 대보름굿 보러 갔다.
필봉에는 2004년 여름 이후 7년만에. 





관장님, 어머님을 소개하시며 노래 한 곡조 뽑으시려는 찰나.




담장 너머 보이는 왁자지껄함. 정겨운 굿판의 풍경.






마당밟이 끝나고, 저녁식사 후 판굿.

대보름굿의 하이라이트. 달집태우기.




덩실덩실 흥에 겨워 놀았지만, 추웠던 그 날에도 난 장구를 메고 싶어 근질근질 안달이 났었다. 
그리하여, 다음주부터 주1회 서울전수관(카페/페이스북)에 간다. :) 
결국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늘 생각 했었지만 난 장구를 버릴 수가 없다.
꿈에서도 장구를 치고 싶던 나니까, 결국 짬내어 할수 있는 만큼 장구 실력을 갈고 닦는 쪽을 택했다.
올한해 휘모리 설장구를 다시 배워 마스터하겠다는 소박한(?) 다짐도 했다. 
:D 


(동영상 많이 찍었는데 파일 변환해야 업로드가 가능한 관계로 매우 귀찮다.
혼자서 LCD를 통해 플레이해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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