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읽기

"어떻게 그런 생각(자본론을 읽을 생각)을 했어?"
이미 자본론을 공부해본 적이 있는 동료의 반응은 이랬다ㅎㅎ 

3월이 되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진 위치에서 꽤 바빠질 예정이라, 그 전에 몇가지 하고 싶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그래서 요즘 피곤하다-_-) 그 중 한가지가 <자본론>을 읽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일부라도) 읽어보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그 언젠가라는 것의 시작이 요 며칠 전이 되었다. 

원래는 다른 자본론 강의를 들으려고 여행가기 전에 신청해놨는데 돌아와보니 강의 스케쥴이 변경되면서 전체 스케쥴의 절반이상을 들을 수 없게 되어 결국 취소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된 것이 자유인문캠프. 그 중의 '자본론 읽기 입문'.
발견하자마자 속전속결로 관계자에게 메일로 문의한 후 바로 신청했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 중의 한가지 방도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 중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거다. 

라는 것이 내가 자본론을 읽어보고자 하는 이유다.

강의 횟수와 시간이 제한되어있어 방대한 저작을 소화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기에
초판 서문부터 시작해 실로 극히 일부만을 읽는 강독 수업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렇게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칭찬해주고 싶다ㅋ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한다)로 자본론,이라는 그 무게감에 지레 겁먹었었지만 조금씩 읽어보니 
(그래봤자 정말 수십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아 다행이다.
또, 이 수업의 진행 방식 자체가 좀 재미있다. 공대-의대를 거쳐온 나로서는, 텍스트를 이렇게 실제로 '함께 읽고', 선생님이 중요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식의 진행방식이 낯설다. 아마도 인문대학의 시간표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OOO 강독'과 같은 이름을 가진 강의들이 대체로 이러한 식으로 진행되는 것들이었나보다 하고 짐작하고 있다.
아무튼 결론은, 생각보다는 쉽고(일단 지금까지 전개된 논리들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다가온다) 꽤 재미있다.
다만, 그리 익숙하지 않은 주제의 텍스트 속에서 뭔가를 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사실 그 점이 꽤 크다.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를 스스로 깨닫는 지점이다ㅠㅠ 

사소한(것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잘 이해가 안되는 것들도 가끔 있지만,
마르크스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이 책의 알맹이가 대체 뭐였는지, 
큰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집요하게 늘어지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러면 안될라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결국 다른 것들도 저절로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설사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그것 때문에 좌절먹지는 말자, 뭐 이런 생각이다.

이제 전체 수업의 절반이 끝났다. 남은 절반 수업도 열심히~ :D 


* 처음에는 아주 단촐한 모임같은 수업일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수강생이 많아 놀라웠다. 
모두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수업에 나오게됐을까, 궁금한 마음에 지난 주엔 수업 후 뒷풀이에도 가보았으나, 
알 수는 없었다ㅋㅋ 다들 저마다의 이유와 동기를 갖고 있으리라. 아무튼, 매주 월,금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그 강의실에 앉아 함께 자본론을 읽고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멋져 보인다. :) 

* 첫 수업날, 퇴근 직전에 부랴부랴 도서관에 가서 자본론 1-상권을 빌려갔다.
양심적이며 소심한 나, 내 책이 아니라서 차마 줄은 못 긋고 소심하게 두세군데 따옴표만 찍었는데,
결국 이제서야 책 구입. 이젠 밑줄 쳐가며 볼수 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