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ordinary scene

김진숙

갈매나무 2012. 3. 22. 18:27

여러해 전 농민대회에 갔다가 당신들 자식같은 곡물이며 과일들을 땅바닥에 내팽겨치는 농민분들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궁지에 몰린 상황이면 자식들을 내다버리게 될까. 아마 그렇게 구석진 곳에 가서 눈물을 훔치게 되었던 건, 짧은 기간이나마 여러 차례 농활가서 보고 느꼈던 그 분들의 삶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걸 몰랐다면, 눈물은 커녕, 내가 그 곳에 가있기나 했을까.

*
한 노동자가 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이다 끝내 목을 맸다. 내가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투쟁에 비로소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몇 해 전 목을 맨 동료의 투쟁기간을 이미 넘겼을 때였다.
전후사정을 알고나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걱정이 됐다. 저 분도 혹시 또 끝내, 외롭게 죽어 내려오게 되진 않을지.
그를 죽게둘 수 없어 6차 희망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었는데. 다행히 그는 6차 희망버스 전에 살아 땅으로 돌아왔다.
모자를 거꾸로 쓰고 미소년처럼 활짝 웃으면서. 




*
'머리'로는 분명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실천하게 되는데에는 '마음'이 움직여야 비로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된지 이제 1년 남짓 되었고, 노동문제에 관해서도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서, 꾸준히 '머리'도 채우고(^^;) '마음'도 움직여주어야한다.

지난주, 구로 가산문화센터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끼고왔다. 이런 움직임들이 쌓여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주기를.



**
하지만,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배워나가는 중이다. 가장 바라는 것은 더 나은 노동환경과 노동자건강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의사가 되는 거지만, 그럴 능력이 될지는 물음표. (사실 좀 안되는것 같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댔다고ㅋ). 아무튼 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도전해보면서, 찾아갈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 

 

'ordinary sce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유입 검색어  (0) 2012.04.01
Monk  (6) 2012.03.26
다행이다  (8) 2012.03.17
expect  (2) 2012.03.07
물음표  (2) 2012.03.0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