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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India_2008

꼴까따, Kolkata ① 도착

갈매나무 2008. 3. 9. 13:02


쑤완나품 공항에서 인도 항공사인 Jet Airways 비행기를 탔다.
서비스 정신 같은 건 아예 없는 것 같다는(그야말로 인도식ㅋ) Indian Airlines와는 달리
Jet Airways는 국제항공사 10위권 들었을 정도로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은근 기대됐다.
(실제로도 좋았다. 기내식, 엔터테인먼트...)

방콕까지 타이항공으로 올 때는 승객 중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내에 들어서는 순간 움찔하고 놀랐던 것은, 70~80%정도가 인도인이었다는 점. ㅎㅎ
(인도 항공사이니까 사실 당연한거다 ^^;)

같은 아시안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사람들과는 달리
나와 확연히 다른 얼굴을 가진 그들 사이에 있으니 정말 낯선 느낌이 들었다.
유럽인, 동양인 여행자들이 몇몇 있긴 했지만 기내에서 거의 뒤쪽 좌석에 있던 나는 온통 인도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앉아서 갔다. ㅎㅎ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던 아저씨에게 최초로 말을 걸어보았다. (아마도 내가 말을 건 최초의 인도인?)
꼴까따에 사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그런데 그 이상은 대화가 진행될 수 없었다.
아저씨들이 그 이상으론 영어를 못했고, 나는 힌디어를 못했으니까...-_-;
그저 빙긋이 웃을 수 밖에...;;
어쨌든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115_ BBD Bagh에서 타고르하우스 가던 길, Kolkata _ Pentax me-super, Fuji Reala 100



처음 인도여행을 가려고 카페에 들락거리면서 꼴까따라는 도시 이름을 처음 봤을땐
내가 전혀 몰랐던 낯선 도시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꼴까따가 바로, 캘커타Calcutta였다.
마더 테레사의 도시라고만 알고 있던 캘커타.
캘커타는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의 이름이고, 원래 인도식 이름이 꼴까따.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캘커타로 부르지만, 진짜 이름인 꼴까따로 불러줘야지.


아무튼, 2008년 1월 12일 정오 쯤, 나는 인도에 도착했다!
인도여행의 첫번째 도시, 꼴까따의 덤덤 공항에. (덤덤 공항의 정식 이름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길다;;)
인천공항에서 떠나온지 스물일곱시간만이었다.

이미 다녀간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지만, 막상 공항에 도착하고나니 정말...
국제적인 수준의 규모와 시설의 인천공항이나 쑤완나품 공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했다.
우리나라 중소도시 버스터미널 수준이었다. ^^;
(이후 만난 여행자들과 공항 이야기를 하면서 이 비유를 쓰면, 다들 딱이라며 완전 공감하더라.)

'버스터미널에서 짐을 찾는 기분'으로,
컨테이너 벨트에서 빨간 배낭커버를 씌운 내 배낭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경유지에서의 대기 시간이 길 경우, 경유지에서 짐을 찾지 않고 바로 최종 목적지로 연결시키면
그렇지 않은 때보다 분실위험이 약간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인천공항에서 체크인할때 들었기
때문에 약간 불안했다. 혹시라도 배낭이 분실되면 어쩌나 하는...;
그러나 다행히 내 배낭을 찾을 수 있었고, 일단 의자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앉았다.
잠시 쉬면서 가이드북을 본 후에 지하철을 타고 Sudder st.로 갈까 싶던 참이었다.

그 때, 옆에 앉아서 멀리 컨테이너 벨트를 바라보며 짐을 기다리고 있던 백인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where are you from?'

나의 인도에서의 첫날을 함께한 Melissa와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캐나다인인 그녀는 지난 7월부터 인도에 머물렀는데 비자가 만료되어 연장할겸
태국으로 갔다가 며칠 여행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짧게 몇마디를 나눈 후, 우린 함께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하고, 공항을 나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112 Melissa와 헤어지기 전, Paragon의 47번방에서 _ Nikon coolpix P4


함께 카트에 짐을 싣고 밀고 나가서 길 건너편에 모여있던 프리페이드 택시 쪽으로 가서 흥정을 했다.
역시 6개월동안 인도에 체류해서 그런지 Melissa는 아주 능숙했다. ㅎㅎ 심지어 힌디어도 꽤 섞어가며!

노란색 택시를 타고 혼잡한 꼴까따 시내로 나섰다.
뒷자리에 앉아서 Melissa랑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는 주로... 인도에 도착한지 1시간도 채 안된, 게다가 앞으로 한달 넘게 여행할 내가 질문을 하면
6개월동안 인도에서 지낸 Melissa가 대개 조언을 해주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내가 인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고, 나에게 대답을 해줄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Melissa는 6개월간 인도를 여행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캐나다의 'School without borders'라는 NGO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 NGO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인도의 NGO로 와서 몇달간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꼴까따에서 남쪽으로 기차로 10시간 넘는 거리인 부바네스와르에 NGO사무실이 있고,
그 곳에서 집을 얻어 살고 있단다. 어쩐지 그 친구가 힌디어를 꽤 말할줄 아는데는 이유가 있었던거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인도인들과 부대끼며 함께 일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인도에는 수십가지 언어가 있는데 (사람도 참 많고 땅도 참 넓은 나라 ;;)
힌디어가 표준어인 셈이고, 각 지역마다 언어가 다르다.
꼴까따가 있는 웨스트 벵갈 주 역시 그 곳 특유의 언어가 있고,
부바네스와르가 있는 오리사 주에서는 오리야 라고 하는 그 곳 언어가 있단다.
5주를 지내는 동안 난 전혀 그 언어들을 구분해낼수 없었는데 Melissa는 그런걸 잘 캐치해냈다.
신기하게도!

그 밖에, 인도남자들이 외국인 여자들에게 찝적거린다고 하던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지, 인도인들 특유의 제스쳐를 어떻게 구분해내고 알아차릴것인지 등에 대해
나는 Melissa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Melissa는 잘 대답해주었다.
다만 내가 그걸 100% 알아듣진 못했다는게 좀 아쉬웠지만. ㅋㅋㅋ
그래도 인도여행을 시작하면서 알아두어야 하는 큼직큼직한 것들은
택시 안에서 시작해 하룻동안 함께 다닌 Melissa에게서 많이 배웠다.


택시 뒷좌석에 앉아 창밖으로 지나가는 거리 풍경.

인터넷이나 책으로 보고 들어왔던대로, 상상해왔던대로-
자동차와 릭샤가 달리고, 그 와중에 소들이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거리는 물론
'인도'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택시의 네모난 창문으로 휙휙 바로 눈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네모난 TV 브라운관이나 인터넷 화면으로 인도를 봐왔듯이
네모난 창문으로 '진짜 인도'를 내가 바라보고 있었다!

Melissa! TV로만 보던 인도를 내가 지금 이 창문으로 진짜로 보고있어!

라고 Melissa에게 외쳤다. 그녀는 그저 유쾌하게 웃었다.
그 친구도 6개월 전에 처음 인도에 왔을 땐 그랬겠지.


난 사실 공항에서 Sudder st.로 간다는 것 말고는 계획이 없었다.
일단 가서 숙소를 직접 둘러보고 방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Melissa가, 2주전 방콕으로 떠나기 전에
꼴까따에서 자기가 머물렀던 호텔 (물론 이름만 호텔이고 실상은 게스트하우스다)에 머무는 것은 어떠냐고 하길래, 어차피 계획이 없던 나는 Melissa를 따라갔다.
Hotel Paragon이라는 곳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백배 가이드북의 꼴까따 숙소 안내에서 첫번째로 나와있는 곳이었고, 내가 V표시를 해둔 여러 곳 중 하나였다.

다행히 싱글룸이 있다고 해서 직원을 따라 방을 보러 갔더니 Melissa가 깜짝 놀라며,
2주전에 자기가 머물렀던 똑같은 방이라며 웃었다. 사실 난, 47번 방문을 처음 열고 봤을 때 내심 놀랐다.
인도의 숙소들이 다들 웬만한 수준보다 안좋고 지저분하다는 얘기를 듣긴 했어도,
역시나 실제로 보니 정말 허름해서. ㅋㅋ 나중엔 적응됐지만 처음이라 살짝 충격을 받았었다.
만약 나 혼자있었다면 다른 곳을 좀 더 둘러보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Melissa - 내가 인도에서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택시를 타고 함께 Sudder st.까지 온
첫번째 동행자인 이 친구와 같은 방에서 머물면, 그냥 좋을 것 같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이 친구를 공항에서 만난 것처럼, 왠지 앞으로도 그런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난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둘러본 후 바로 OK하고 방에 짐을 풀었다.
Melissa는 그 날 밤 기차를 타고 부바네스와르로 가야했기 때문에 그 전까지 내 방에 짐을 놔두기로 하고
우린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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