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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08, Varanasi, India _ Pentax Me-Super, Agfacolor 200



다시, 바라나시.

참 이상하다.
사실, 바라나시에서 여행객들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만약 좀 더 오래 머문다면 악기나 요가레슨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바라나시에서 나는 6일간 머물렀다.
사실 3일짼가 4일째 되던날, 주위 사람들에게 오늘은 꼭 기차표를 예매할거라고 떠들어대지 않았다면
기차표 예매를 하루하루 미루다가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좀 더 오랫동안 바라나시에 머물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행 기간이 몇달 쯤 된다면야, 애초에 자세한 루트를 짜지 않은 채로 온 의도대로,
발길따라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얼마든지 오래 머물수 있겠지만
나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으므로 바라나시에서 다섯밤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
내일은 꼭 기차표 가격 좀 알아봐야지, 오늘은 꼭 기차표 예매해야지, 하고 여러번 마음속으로 다짐하거나
사람들에게 여러번 이야기한 끝에 결국 기차표를 예매했다.
사실, 기차표를 예매하고 난 후에도 하루나 이틀 연기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Jan 2008, Varanasi, India _ Pentax Me-Super, Fuji Reala 100_ 고돌리아 근처에서 이 사진을 찍었던 때가 생각난다. 미리 이런 식의 구도를 그려놓고는 사진을 찍으려고 쭈그려앉았는데... 다섯살 쯤 된 꼬마가 자꾸 카메라 앞에 와서 렌즈를 쳐다보는거였다. 손짓으로 저리가라고 해도 몇번이나 끼어들길래 마침내 나는 '어우 야~~' ㅋㅋㅋ 그 꼬마도 찍을걸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라나시에서 내가 했던 일이라곤, 아침에 일어나,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짜이집에서, 혹은 메인가트 근처까지 부지런히 걸어가 사람들이 버글거리는 길거리 짜이집에 앉아 짜이를 마시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
세번의 끼니를 챙겨먹는 일.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강가의 가트와 가트 사이를 어슬렁거리거나
물론 다음 끼니 때 뭘 먹을지 고민하거나ㅋㅋ
가트에 앉아서, 혹은 강가가 바라보이는 비쉬누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엽서를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벵갈리토라(강가 뒷편의 복잡한 골목길)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인도에 가게 되면, 아니 다음번 인도여행 때 꼭 다시 가야할 곳 중 하나.
다음에 가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로 시간을 보내겠지만. 그저, 그런것들이 그립다.

Jan 2008, Varanasi, India _ Pentax Me-Super, Fuji Reala 100 _ 벵갈리토라에서




물론, 바라나시에 꼭 다시 가야할 특별한 이유가 한 가지 있긴 하다.
바라나시에 왔다면, 갠지스강에서 한번쯤 보트투어를 하는 것이 정석(?)인데
공교롭게도 내가 바라나시에 도착했을 때 바라나시의 보트맨들이 파업중이었다!
원래는 가트를 거닐다보면 '마담, 보트~'라는 말을 수없이 듣게되기 마련이라는데,
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강 중간에 줄줄이 띄워놓은 파업중인 보트들을 사진으로 찍는 정도로 만족해야만했다.
그저 2,3일이면 금방 끝나겠거니 했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파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_-

Jan 2008, Varanasi, India _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



강건너편으로 건너가 해넘어가는 고즈넉한 바라나시를 보고싶었거늘,
강 가운데 보트 위에서 디아를 띄워 소원을 빌어보고 싶었거늘,
결국, 나는 갠지스강에서 배를 타보지 못하고 바라나시를 떠나야했다.
파업사태가 끝날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릴만큼 내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치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헤엄쳐서 강을 건널 순 없었으니. ;;

Jan 2008, Varanasi, India _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_ 우리나라 길거리 이곳저곳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개들만큼, 인도에서는 이곳저곳에서 소들과 만나게 된다. 염소나 개도 많고. 사람들 속에 소가 어우러진 모습이 내 호기심을 항상 자극했다. 그래서 셔터를 누르게 되기 마련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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