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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몇 개월만에 다시 시간을 거슬러 2008년 1월의 바라나시.




Jan 2008,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 초점을 제대로 못 맞춰서 무척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 왠지 호기심 많아보이는 귀여운 염소ㅎㅎ







지은, 정모와 온전히 하루를 보낸 그 날은 내가 바라나시를 떠나기 하루 전 날이었다.
도저히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서는 바라나시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이틀전엔가 아그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고 역시나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쉬웠다. 떠나기 전 날, 기차표를 미룰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을 만큼.





Jan 2008,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 바라나시의 이발사.



사진 찍기 전에 이발사 아저씨와 그의 손님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먼저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찍은 세 장의 사진 중엔 그런 듯한 느낌이 별로 없지만 뷰파인더로 보고 있자니 이발사 아저씨가 어찌나 카메라를 의식하시던지. ㅋㅋ 속으로 자꾸 웃음이 나왔었다. 일부러 그런 모습을 피해 셔터를 눌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모습도 찍을 걸 그랬네, 이런. 그리고 손님 얼굴이 안 나와서 아쉬운 사진. 너무 이발사 아저씨에게 집중했던 나머지...;

베트남에서도 거리의 이발소는 봤었는데 갠지스강가의 이발소라... 느낌이 좀 달랐다. 내가 이 사진을 찍으니 옆에 있던 지은이 신기해했었다. 사실 난 별 생각없이 마음가는대로 셔터를 누를 뿐이었는데, 지은이는 여러번 이런 이발소를 봤어도 사진 찍을 생각은 안 해 봤다면서... 옆에서 같이 찍었다^^

인도엔 저렇게 머플러를 두른 아저씨들이 많다. 저렇게 깡마른 아저씨들이 머플러를 머리에 두르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참...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었다.







Jan 2008,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







Jan 2008,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 팔찌를 사는 지은. 나도 여기서 팔찌 3개를 샀었다. 5루피 짜리 두 개, 20루피 짜리 하나. 지금도 여름엔 즐겁게 차고 다닌다ㅋ 참, 그리고 이 사진은 작년 봄에 동아리 전시회 때 냈던 사진. 물론 지은양의 허락 하에ㅋ









그 날 찍었던 많은 사진 가운데, 지금도 가끔보면 혼자서 큭큭거리며 웃게 되는 사진 한 장.


Jan 2008, Pentax me-super, Agfa Ultra 100. 정모와 아이들ㅋ



바로 이 사진이다.
하루종일 남북으로 뻗어있는 갠지스강가에 늘어서있는 가트를 남-북으로 천천히 걸으며 왕복하는 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났는데
날이 살짝 어둑어둑해지려는 무렵 만난 아이들과 정모가 손을 잡고 천진난만한 소년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그 때.
지은이랑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겨서 배를 잡고 한참을 깔깔거렸다.
날도 어둡고, 아마 왼쪽의 빨간 바지를 입은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저 때엔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겨를이 없었다.
그럴 여건도 되지 못했다. 배꼽이 빠지기 전에 얼른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야만 했다. 그 덕에 난 여전히 이 사진을 보며 웃을 수 있다. 하하하- ^^

우리들은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던걸까? 여행에 대한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일기장을 뒤져봐도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내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했던 건 참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는 것. 아마 혼자 떠나는 여행이 왜 좋은지 느끼게 된 숱한 순간들 중 하나였겠지.



매일 저녁 메인 가트에서 열리는 힌두교 의식인 아르띠 뿌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지켜본 것도 그 날 저녁이었다. 메인가트에 앉아 의식에 참여하던 수 많은 사람들 사이, 어느 틈에 우리 셋도 껴앉아 아르띠 뿌자를 끝까지 지켜봤다.

그리고는, 메구카페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노트에 서로에 대해 몇 글자 적어주었다.
홈피 주소를 주고받았고, 남은 여행도 잘 하길 바란다는 메시지...

그 날 밤도 그랬고, 어디론가 떠나기 전 날 밤은 언제나 기분이 이상했다.
새로운 곳을 향해 가야한다는 설레임과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하는 그런 시간.
특히나 도미토리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그 순간에는 더더욱. 그래서인지 쉬이 잠들지 못했다.





Jan 2008,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






사실, 다음 날도 내가 오후에 기차역을 향해 떠나기 전까지 또 지은, 정모랑 밥도 먹고, 밥을 먹은 후에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황금사원 근처의 라씨집에 가서 라씨를 '기어코' 사먹었다. (시간이 약간 빡빡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씨를 먹기 위해 그 곳까지 걸어간다는 것은 약간의 모험이었다ㅋㅋ) 정모가 가방을 구입한다기에 흥정을 거들었고 (사실은 그냥 옆에서 가방 구경만 했는지도 모른다ㅎ)...



배낭을 다시 꾸리고,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서, 도미토리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차역까지 함께 가기로 한 사람들과의 약속시간까지 10분쯤 남았을까,
나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좁은 벵갈리 토라를 거쳐 그 곳까지 가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서둘러 작별인사를 나누며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는데...
그 때 지은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언니 너무 급하게 떠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얼굴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사실 나는 그 때 기차역으로 함께 떠날 사람들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서 (핸드폰으로 좀 기다려달라는 문자를 보낼 수도 없으니!ㅎ) 무척 급하고 약간 당황한 상태였는데 그 와중에도 지은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짠했었다. 고맙기도 하고. 그 후로도, 아쉬운 얼굴로 내게 힘없이 손을 흔들던 그런 지은이의 모습이 떠올라 메일도 보냈고...

그 다음달, 우린 삼청동에서 만나 맛있는 와플과 떡볶이를 먹었다.^^




Jan 2008, Pentax me-super, Mitsubishi super Mx 100. Varanasi,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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