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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4 Paragon 앞 골목길 _Pentax me-super, Fuji Reala 100

거리로 나섰을 때가 거의 2시.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먼저 먹은 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Melissa가, 가보고 싶은데 있냐고 나에게 물어왔지만
나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었으므로 ㅋㅋ 그냥 내키는대로 돌아다니자고 했다.

Sudder st.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한 미국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 아저씨도 심심하던 참이었나본데, 지하철을 타고 아무 숫자나 찍은 후 그 숫자만큼의 구간을
이동한 후 무작정 내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그렇게 하기로 하고 Park st.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처음 타본  꼴까따의 지하철.
생각보단 괜찮았다. 좀 더 지저분하다는 것만 빼면 우리나라의 국철 수준과 비슷한것 같았다.

나는 숫자3을 찍었고 우린 세 정거장 후에 내렸다.(그 미국인 아저씬 딴 데서 내렸다)
Nevaji~ 어쩌고 하는 역이었는데 가이드북에는 전혀 설명이 되어있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Melissa가 갖고 있던 론리플래닛에도 별다른 설명따윈 없었다.
우린 그냥 걸어보기로 하고 정말 무작정 걸었다. 꽤 번화한 곳이었다.
아마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오면서 지나쳤던 곳일거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낯설기는 매한가지였다. ㅋㅋ

각종 전자제품이나 공구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도 지나고,
계속 큰 길가로 걷다가 큰 길 뒷편에 있는 길로 들어가보았다. 그 뒷길로 들어서니 진짜 인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가가 있었다. 어딜둘러봐도 외국인 여행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Sudder st.와는 달리
아무리 둘러봐도 여행자라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그런 동네였다. 동네 아이들이 신기한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았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
자그마한 구멍가게...
이곳도 역시, 낯설고 두려운 나라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곳'.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듯, 그 만큼 다양한 삶의 방식과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 뿐이었다.
조금 다른 듯해도, 결국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인걸.



다시 큰 길가로 나와 걷고 또 걷다가 Melissa가 짜이를 처음으로 시도해보지않겠냐고 해서...
점심을 먹은 후 계속 걷기만 했던 우리는 길가에 있는 노점에서 짜이를 마셨다.
첫번째로 마셨던 짜이가 2루피였나, 3루피였나...

처음 맛본 짜이는......맛있었다!
인도의 맛? ㅎㅎ
상상해오던 여러가지가 내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인도의 꼴까따, 이름도 모르는 어떤 거리의
노점 옆 허름한 의자에 앉아 Melissa와 한참동안 앉아 짜이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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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첫번째 짜이 한잔. 인도에서의 첫번째 사진!_ Nikon coolpix P4 by Melissa



내가 갖고 있던 백배엔 없었지만 론리의 지도에 표시가 되어있던 Museum of fine arts에 가보기로 했다.
그곳을 찾아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어딘가 몰려들어가던 곳에 따라 들어갔더니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유명한 사진가의 전시회는 아니었고, 어떤 사진 모임에서 하는 사진전인듯했다.
디스플레이는 매우 초라한 편이었다.

하지만 전시공간에는 많은 사람들로 꽤 북적거렸다.
키작은 꼬마들부터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
차림새가 말끔한 사람들, 좀 남루해보이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실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에 돈이 많이 필요한 것도, 겉만 번지르르한 것도 중요한 건 아니니까.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문화도 예술도 당연히(?) 자본의 범주에 들어가니,
그걸 즐기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긴 하다 ;;)

단지 무료라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 전시를 보러가서 기꺼이 즐겁게 둘러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예술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
그 전시회에 북적이던 그 사람들은 내 눈에 그렇게 보였다.
(쫌 과장된 느낌같기도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 느꼈다.)
우연히 그곳에 있게된 난 운이 좋았던거구.


사진전을 보고, 또 Melissa가 가보자고 했던 그 미술관을 찾아가 전시회도 보고나니 이미
꽤 어두워져있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Sudder st.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Melissa는 떠날 채비를 했고, 우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작 돌아다닐 땐 안찍고...ㅋㅋ)

10시 몇분 기차를 타기 위해 Melissa가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기 전, Melissa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오늘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는 말도.

내가 좀 더 영어를 잘 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해 미안했다.
Melissa는, 자기의 mother tongue이 영어니까 당연한 거고, 넌 그게 아닌데도 영어를 참 잘 한다, 라면서
날 위로해줬다-_ㅠ 사실 나나 그 친구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와서 피곤하긴 마찬가지였는데
Melissa와 거의 8시간 동안 함께 다니면서, Melissa는 끊임없이 내게 뭐든 이야기해주려고 애썼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중엔 내가 그만 이야기해도 된다고 말해줬었다. ;;

Melissa는 나에게,
낮에 호텔을 나서면서 잠시 마주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네가 먼저 인사를 건넸던 것처럼
앞으로 여행하면서 넌 사람들에게 그렇게 먼저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수 있을거야, 라고 말해주었다.
하룻동안 같이 다니면서,
앞으로 여행하면서 사람들과 잘 사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런 멘트를 여러번 날렸기 때문이었으리라.


따뜻한 포옹.
택시 문을 닫고 손을 흔들었다.
멀어져가는 택시를 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그저 몇시간 같이 다녔을 뿐인데도.
Sudder st.에 서서 택시가 안 보일 때까지 계속 그 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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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Melissa와 함께 _ Nikon coolpix P4


인도에서의 첫 날,
쾌활하고 적극적인 그 친구를 만나게 되어서 여행의 시작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쭉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Melissa에게 메일과 함께 사진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돌아온지 3주째이던 며칠전에서야 메일을 보냈다.
Melissa는 3월 첫째주에 Canada로 돌아갔고, 이제 인턴쉽이 끝났으니 새로운 일과 집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가지 기분 좋았던 것은, Melissa가 내 생일 때 나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했었다는 것.
미술전시회를 보고 나와서 잠시 미술관 앞에서 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이 얘기가
나와서 잠깐 이야기했을 뿐이었는데, Melissa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내 메일 주소를 잃어버려서 보낼수가 없었는데 내가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잃어버리지 않고
메일을 보내와서 다행이란다.

Melissa와 만났던 날이 이미 두 달 전의 일이다. 그 때 쓴 일기에는 사실 그리 세세한 내용을 적지않았었다.
그런데도,
떠나기 전에 배낭을 꾸리던 Melissa가 나에게 hand sanitizer를 줬던 일,
또 작은 나사가 빠지면서 내 시계끈이 떨어졌을 때 그 친구가 방바닥에서 나사를 찾아내어
다시 끈을 끼워줬던 일 등, 별로 특별하달 것도 없는 사소한 일들까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건 아마 그 친구가 나의 첫 동행자였기 때문이었을거다.
인도에서 내 첫번째 사진을 찍어준 사람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함께 짜이를 마신 사람이기도 하고.
게다가 한국 나이로 치면 나랑 동갑이기도 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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