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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의 이야기이며, 몇몇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는 것만 알고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다.
없는 시간 만들어서 볼 의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닿으면 보고싶던 영화였고,
저녁에 여유가 있었던 요 며칠 전, 때마침 시간맞춰 압구정 CGV에서 상영한다는 것을 알고 9호선을 타려다가 재빨리 3호선 플랫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운이 좋았는지, 때마침 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님과의 GV도 잡혔있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다. 배경음악 하나 없는 스크린 속에서 주인공 승철이 처한 여러 상황들은 나를 그의 삶에 몰입하게하는 동시에 불안하게 만든다. 착하지만 융통성이나 요령이라고는 전혀 없는 승철이 과연 행복해질수 있을지, 아니 이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나 할수 있을지 마음 졸이면서.
주인공이 탈북자인 영화라고는 하지만,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조명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한국사회 (또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어느 사회이든) 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여러 집단 중의 하나인 탈북자의 이야기이다.
즉, 승철이 탈북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른 누구라도 치환 가능한 이야기이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가난한 배우일 수도,
우리 어머니 가게에서 일하시는 조선족 아주머니일 수도,
요즘엔 흔히 만날 수 있는 폐지를 수집하는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
리얼리티의 힘이라고 해야할까.
여타의 장치없이도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
마지막 장면, 죽은 백구를 바라보다 무기력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승철을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승철은,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감독의 대학후배를 모델로 한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과연 영화의 이야기 이후, 승철이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무척 궁금했었지만,
실제 인물의 과거사를 묻는 것은 감독이나 승철에게 예의가 아닌것 같아 GV에서 질문할 수 없었다.
다만 승철이 몇 해 전 투병하다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역시, 리뷰는 바로바로 써야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던 생생한 감정들과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희석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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