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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and feel

[영화] 미래의 미라이

갈매나무 2019. 2. 7. 18:28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평이 그리 좋지 않다. 

아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구조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런 구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인상깊게 보았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며 주인공인 4살 아이 쿤이 결국 한단계 성장하는데

성장영화/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보다 세살 어린 바로 아래 동생과 나는 개월수로는 45개월 차이가 난다. 

외동딸로 살던 시절의 기억은 전혀 없다. 오래된 사진을 보고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내가 이런 곳에 갔었구나, 

하고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갓난아기이던 동생을 처음 만난 순간만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마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 시절 중 가장 오래된 장면일테고, 가장 강력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당시 살던 작은 집의 구조도 기억하는데,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아기가 누워있었다. 

머리맡에 앉아서 아기를 보며, "예쁘다"라는 말 말고는 그 때의 기분을 표현할 말이 달리 없어서 

"예쁘다, 예쁘다"라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던 나. 엄마에 따르면, 그 이후에도 나는 특별히 동생을 질투하지는 않았고 

잘 돌봐주고 같이 놀았다고 했다. 

쿤과 미라이를 보며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은 턱없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세상에 태어난다. 

시력조차 불완전하던 아이가 엄마아빠의 얼굴을 알아보고, 목을 가눌 수 있게 되고, 앉을 수 있게 되고, 

쉬운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고.. 양육자의 보살핌 속에서 한 단계 한 단계 변화하고 성장해나간다. 

그런 변화와 성장을 우리 부부도 곧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될거라고 생각하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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