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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임신 19주, 태동을 느끼다

갈매나무 2019. 1. 3. 18:10

19주다. 

분명 아이는 잘 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이젠 좀 안심해도 될까 싶다가도,

유산했던 시기가 다가와서 그런지 가만히 있다 문득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또 유산되면 어떡하지? 정밀초음파 보러 갔는데 아이 심장이 또 멈춰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순간 빠져들고 마는 때가 있다.

이틀전엔가는 갑자기 불안해져서 남편을 껴안고 울기도했다. 


다시 한번 그 일을 겪는다면 저번보다는 덜 충격적이겠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것 같다. 

뱃속에 몇달 품고 있던 얼굴 못 본 아이를 한번 떠나보낸 것도 이렇게나 힘든 걸 보면, 

시기가 언제든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등지는 것을 왜 가장 큰 불효라고 하는지 감히 알 것 같다. 

얼마전 강원도 펜션에서 사망한 고등학생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의 부모님들은 어떨까.

또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땠을까..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분들이 짊어졌을 슬픔과 절망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나의 이런 불안과는 달리, 오늘 초음파 화면으로 본 열매는 잘 자라고 있었다. 

주수에 딱 맞게 몸이 쑥쑥 크고 있었다. 

CRL 15cm, BPD 4.4cm, 추정 몸무게는 340g.

17주 즈음부터 하루가 다르게 배가 불러와서 폭풍성장 중인가보다 싶었는데 실제로 그런가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다섯 발가락도 넘나 귀여운 것.. :)

태어나면 작은 발바닥을 한참 들여다 보고 싶다. 


그리고 본격적인 태동이 시작됐다는 것.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18주차 어느날이었다. 

뭔가 아랫배 안쪽에 아주 짧은 순간 '볼록(?)'하는 느낌이 났다. 

아주 생소한 느낌이라 태동일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긴가민가했는데 

점점 더 빈도가 잦아지는 걸 보니 태동인 걸 알겠다. 

특히 오늘은 가장 자주 느낄 수 있었다. 

양수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작은 아이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초음파 화면보다 더 생생하게. 

인간의 몸 안에 인간(아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나 싶긴한데)이 들어있다는 게 좀 더 실감이 난달까. 

태동이 활발해지면 불안감도 좀 잦아들겠구나,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이제 슬슬 아기 물건들을 미리 만들어둬도 될까나..


유산 없이, 아무런 위기 없이 임신해서 출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모두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 

특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유산을 한번 겪고 나니, 

이렇게도 마음을 졸이게 된다.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스럽다. 

태어난 후에도, 언제까지나 걱정하게 되는 것이 부모의 숙명일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 아이 열매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부디 건강하게 엄마아빠에게 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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