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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India_2008

카오산 로드

갈매나무 2008. 3. 8. 20:06


비행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면서 하나둘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붕이 있는 낮은 집들과 야자수, 좁은 강물 줄기.
그리고 노을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하늘.
창밖으로 보이는 공항 부근의 마을 풍경이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였다.
잠시였지만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수속을 마치고 환전을 한 후 공항 밖으로 나오자 이미 어두워져있었다.
공항 안에서는 잘 몰랐는데 역시 밖으로 나오니 더운 나라의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태국에 온거다.

문제없이 공항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고, 카오산으로 가는 AE2 버스 티켓을 샀다.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만난 한국 사람 둘.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한국에서 유학중이라는 중국 여자아이는 열외로 한다면
그 두 사람이 내가 여행지에서 만난 최초의 여행자였다.
그들도 역시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사실 난 주로, 중국, 티벳을 여행하고 청도에서 태국으로 날아왔다는 그 둘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 편이었다. 물론 의지와 무관하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낼수 밖에 없었지만.
처음 와본 방콕의 거리풍경이 창밖에 펼쳐지고 있는데 어떻게 집중이 되겠는가. ㅎㅎ

큰 도시의 밤풍경이 대개 그렇듯 (가 본 도시는 몇군데 안되지만;;)
번화가를 지날 때면 화려한 조명으로 거리가 환했고,
각종 장식을 해놓은 큰 사원을 지날 때 역시 그랬다.
어두운 때라 뭔가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방콕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생각했던것보다 현대적이고 큰 도시'라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거의 1시간 정도 걸려서 카오산로드에 도착했다.
역시 상상했던대로 카오산로드는 시끌벅적하고 난잡했다. (호치민의 데땀 거리보다 훨-씬 더.)
각종 피부색의 사람들이 다양한 연령대별로 거리를 활보했다.
온갖 삐끼들이 말을 건네고, 노점음식들이 맛있는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
거리 전체가 여행자들의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는듯 느껴졌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낯선 거리를 즐겼다.
비록 옷이 땀으로 서서히 젖어가는 것을 느꼈고 (방콕은 생각보다 더 더웠다)
성수기인데다 저녁시간이라 들어서는 숙소마다 'full!' 이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거리를 돌아다니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되었다.
당장 방이 구해지질않아 1시간 가까이 뱅뱅 돌고 있는데도 그냥 씨-익 하고 웃음이 나오는거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카오산로드에 있었으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111 Khaosan road, Bangkok _ sph-w3300 _여행자로 다시 컴백할거다



호텔마다 방이 없다길래 나중엔 리셉션에서 거의 1시간이나 돌아다녔다며 징징거리기도 했다.
그러면 리셉션의 종업원들은 친절하게도, 그나마 어느 쪽으로 가면 방이 있을거라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그리하여, 정말 1시간을 헤맨 끝에 (2시간동안 헤매도 방을 못잡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었다)
허름한 (그러나 별로 싸지 않은;;)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다행히.ㅎㅎ

꽤 피곤했는데도 새벽에 두 번이나 잠에서 깼다.
이국에서 혼자 싱글룸에서 보내는 첫날밤이기도 했고, 숙소주변은 늦게까지 사람들로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도 괜찮았지만 결국 생각보다 이른 시간인 5시쯤 일어나 5시40분쯤,
잠자고 있던 사장 아줌마를 깨워서 체크아웃을 했다. ㅎㅎ
출근길이 막힐 수도 있으니까 일찌감치 공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류장으로 가보니 첫차 시각이
5시가 아닌 7시! 깜짝 놀라 택시나 시내버스를 타고 갈까 한참 망설이다가 그냥 7시 버스를 타기로
하고는 subway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웠다. 체크아웃할 때 깜깜했던 거리가 서서히 환해졌다.

남은 시간동안, 카오산 로드 주변을 배회했다.  
근처 시장에서는 이른 아침, 노점에서 음식장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노점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
가까운 사원근처에는 광주리같은 것을 들고 시주받으러 다니는듯한 여러명의 스님들...
간밤에 본 시끌벅적함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7시에 공항버스를 타고 카오산을 떠났다.
쑤완나품 공항 근처 호텔에서 잤다면 몸은 더 편했을테지만 카오산로드를 느껴보는 즐거움은
없었을테지. 하룻밤이나마 카오산로드에 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미래에 여행자로 다시 카오산로드에 오겠어!
라고 다짐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정말 인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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