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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India_2008

혼자 떠나게 되다

갈매나무 2008. 3. 2. 21:08

내 친구 S와 함께 여행을 가자고 이야기했던 것은 이미 여러해 전의 일이다.
2004년 초에 함께 남이섬에 다녀온 이후라는 건 확실하지만 언제부터 함께 여행을 가기로 약속한것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바이칼 호수를 이야기했던 적도 있고
태국의 치앙마이 이야기를 한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인도, 네팔로 귀결되었고 시기는 이번 겨울이었다.
10월부터 슬슬 준비하기 시작해 11월 초에 항공권을 결제했고, 비자를 발급받았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다음 여행 때는 꼭 혼자 떠나야지'라고 생각은 해봤지만
사실, 당장 이번 여행 때 친구와 둘이 떠나게 될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일정이 겹칠지도 모른다는 아주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정 변경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PBL수업 마지막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출발 1주일 전이었다.
함께 떠날수 없게 되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었다.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과 갑작스럽게 혼자가 된 것은 역시 달랐다.
그러나 내가 겪었던 몇시간의 당황스러움에 비해 꽤 일찍, 전화를 받고 몇시간만에
나는 마음의 결정을 내릴수 있었다. 친구가 함께 떠나지 못하게 된 마당에 숨을 한번 가다듬고나니
내 앞에 놓인 선택항이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여행을 포기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 다음부터는,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릴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2년전, 내가 모아놓은 자금으로 혼자 베트남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동생의 여행자금을 대주시면서까지 동생을 나와 함께 보내셨던만큼,
순순히 이번에도 혼자 잘 다녀오라고 하실것 같지가 않았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기 전까지 엄마와 이야기하다가 여행 준비 얘기가 나오기라도 하면
나는 얼렁뚱땅 거짓말로 둘러대야만 했다. 예정대로 친구와 함께 떠나는 것 처럼.
몇일동안 고민한 끝에, 떠나기 2일전 밤이 되어서야 나는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거의 1시간가까이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예상만큼 반대가 심하진 않으셨다.
아빠는, 그래, 그럼 잘 다녀와라, 라고 하셨고, 엄마는 그래도 난 반대야, 라고 하셨지만
결국 나를 말리지는 못하셨다. 대신 로밍폰을 가져가고 이틀에 한번씩 전화한다는 조건을 부치셨다.
(지난 여행 때도 전화를 잘 안해서 집에 돌아와보니 엄마가 공항, 여행사에 이미 다 연락을 해보시는
난리를 한차례 겪은 이후였다 ;;)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꽤 많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그에 걸맞게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조심하면 별 일 없을거라고, 조심했는데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내 팔자인거라고,
말씀드렸다. 물론 떠나기 직전까지 우리 엄마는 다른 얘기하다가도 '근데 얘가 진짜 미쳤어, 간도 크지'라고 혀를 내두르곤 하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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