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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삼남매

갈매나무 2008. 12. 17. 19:57

서울에 올라갈 때면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부터 친구들과 연락해 약속을 잡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서울가기 며칠 전에 동생들과 약속을 잡았다.
물론 집에서 셋이 밥을 먹은 적이야 여러번 있지만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걸 떠나서
일단 내가 그러고싶어서 내가 먼저 동생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수다의 범위는 여기저기를 넘나들었지만 우리의 메인 이슈는 일관되게 막내의 진로에 관한 것이었다.
믿어주어야할지 아니면 뜯어말려야할지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것 같다. 이래저래 걱정이지만 한편으론 아직 말그대로 새파랗게 어린 나이이니만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한 번 부딪혀보고 직접 깨닫는게 좋겠다는게 내 생각이다. 물론 부모님이 (어쩌면 나에게도 여파가 미치려나? ㅎㅎ) 감당하셔야할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이미 첫째 둘째가 그닥 순탄치만은 않은 이십대를 보내고 있으니 충격이 덜 하시리라 본다 ㅎㅎ 서른 살, 마흔 살이 되어서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하물며 이제 며칠 후 열 여덟살이 되는 청년의 미래를 이미 나이든 사람들이 재단한다면 동생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겠나.
동생이 처음으로 뭔가 해보겠다고 나선 일이니만큼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는게 어떤건지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무래도 쉽사리 철이 들것 같지 않은 (늦둥이에 외아들, 게다가 집안에서는 장손이다 ;ㅁ;) 녀석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이 어떻게든 채워지고 몇 년이 흐른 후에는 지금보다 부쩍 커 있지 않을런지. 이 선택의 결론이 어떻게 되든지 말이다.

한창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 우리 셋이 대화를 이어가기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한창 반항기 넘치는 고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서로에게 언니, 누나이고 동생이기보다는,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서는 얻기 힘든 또다른 위안을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가는것 같아서.





아웃백의 정육점 조명은 참 싫은데 사진은 꽤 예쁘게 나온다ㅎㅎ
요새 밥먹으러와서 디카로 사진찍는 사람이 어딨냐며 (촌스럽다고;) 동생은 핀잔을 주었지만 정작 우린 나름 재밌게 이러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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