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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서울 서울 서울

갈매나무 2008. 12. 13. 01:32

여행 중 만난 사람들 몇몇은 Seoul을 Seo-ul이 아니라 Se-oul이라고 발음해서 (씨올~씨울)
처음에 내가 잘 못 알아들었던 생각이 난다. 물론 이건 그냥 갑자기 생각난 사실이고-_-

이제서야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난 학기가 막바지로 갈 수록 나는 '서울 가고 싶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던 것 같다. 기말고사 기간 중에도, 공부 많이 했냐, 시험 잘 봤냐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도 역시 '서울 가고 싶어'였다.

방학 같지도 않은 방학이 시작된지 8일이 지난 오늘 나는 서울에 왔다. 
생각해보니 서울에 온 지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 10월 말에 왔으니 한 달 반 정도.
그런데 난 그 한 달 반이 서너달 쯤으로 느껴졌었다. 지난 학기말에는 너무 지쳤고 바닥을 쳤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처음으로 여행용 배낭에 짐을 꾸렸다. 어차피 오래 머물다 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집에 쌓여있는 빈 반찬통 몇 개,
스웨터와 티셔츠,
머플러, 벙어리 장갑 - 서울은 춥다고 해서ㅋㅋ 부산은 입김도 안나와서 이런 것들이 필요없다.
구두, 반코트 - 오늘은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왔다ㅋㅋ
노트북, 외장하드 - 정확히 말하자면 드라마 ER 시즌5부터 시즌 13까지 들어있는 외장하드 ; 요즘 버닝 중.
스텝 혈액질환 편 - 어차피 보지도 않을 거 마음의 안정을 위해가져온다-_-
요즘 읽던 책, 이번주 한겨레21
배 1개 - 엄마가 며칠전 보내주신 반찬 소포 안에 들어있던 과일 몇개 중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거. 집에 두지않고 왜 가져왔냐고 엄마가 핀잔주신다ㅋ
양파 3/4개 - 1/4쓰고 남은 양파가 며칠새 썩을까봐. 나도 참...;

이런 것들을 다 넣으니 35L 배낭이 가득 찼고 그것도 모자라 던킨도너츠 장바구니까지 오른쪽 어깨에 둘러맸다.

예약해둔 7시 5분 출발 기차를 타기 위해 집에서 6시 30분쯤 부랴부랴 나서서 버스를 탔다.
역시나 남포동에서 길이 막혔다. 기차를 놓치는 건 아닌가 (앗 지난번의 악몽이-_-) 걱정하는 하던 차에 다행히 52분쯤 도착해서 역사 1층 전광판을 바라보며 내가 탈 열차를 찾고 있었는데...
출발 15분도 안 남은 상황이라 분명히 전광판에 떠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
알고보니 6시 52분이 아니라 5시 52분이었던 거다!

기차 안에서는 ER을 보려고 했지만 노트북을 켜고 한 회분의 절반도 다 보지 못하고 나는 졸기 시작했다.
정말 웃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보는 것도 아닌데 기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드라마 보다가 졸다니.
부산에서 서울까지 내 옆자리에 너댓번 사람이 바뀌는 동안 계속 잤다.
눈을 뜨니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서울역에 도착한 거였다.

그래서 지금은... 잠이 안오네-_-

집을 나서기 직전 배낭메고ㅎ




어쨌든 난 서울,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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