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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요즘

갈매나무 2008. 9. 21. 21:48

1

일단 엄마 뱃속을 빠져나와 첫 공기를 들이마시고 첫 울음을 터뜨리고 나면
그 이후의 일은 신기하게도 밥(젖)잘 먹고 잠 잘 자면,
나무가 쑥쑥 자라듯 아이들도 그렇게 다들 건강하게 자라나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내가 키 50cm, 체중 3kg에, 뇌는 물론 폐, 심장, 소화관이 각각 제 위치에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로 태어나 
지금껏 크게 아팠던 적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정도로,
아픈 아이들이 많다, 대학병원엔.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조그맣고 아픈 아기들이 많다.
태어날 때부터 소화관이 막힌 아기, 폐가 덜 만들어져서 나온 아이 등 - 물론 그런 아이들 대부분은 미숙아들이고.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알아보기도 전에 중환자실로 오고, 그 조그마한 가슴과 배를 째고 수술을 받은 아기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이 아이가 앞으로 건강하게 자라나서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조그만 아기가 배고프다고 크아앙-  힘차게 울음을 터뜨리고,
젖병을 있는 힘껏 쪽쪽 빠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경이감마저 든다.
다 자라고나면 지금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제 나름대로,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아기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보면 정말 어쩔 땐 코끝이 시큰거리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기도 했다.
소아과의사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마음을 굳히게 되는 건 이런 순간들 때문일까? 싶었다.

어쨌든,
특별히 힘든일도 없이 이상하게도 은근히 피곤하고 힘들었던 5주간의 소아과 실습이 끝났다.
아 맞다, 소아과가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2

언제부터였더라... 대략 지난 학기 중반을 넘기면서부터였던가.
지금 이 시간이 지독히 외롭고 힘들다고 느꼈던 짧은 터널이 끝난 이후로 은근히 지속되어온 
유쾌하지 못한, 알 수 없는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된 것은,
며칠전 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실습을 하면서 조금씩 친해지고 있는 언니와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최근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문득 깨달았다.
몇 달간 뭔가 뒷목이 뻐근한 것처럼 유쾌하지 못한 그 감정상태는 바로 '불안'이었다.
불안감. 문득, 내가 길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방향감각마저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구나.
이유가 뭐지?

가까운 몇 해 전,
앞으로 내 인생이 어쩌면 극과 극, 전혀 만나지 않을것같은 두 갈래 중 어느쪽으로 갈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어느 한 쪽을 선택하게 될 때가 올거라고.
사실 그 두 갈래가 정말 평행선일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겪어보지 않은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른 방향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보인다.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역시, 그 선택은 한번 뿐인 내 인생에서 '결정적'이고 '거대한' 의미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지나보면 별 것 아닐수도 있겠지만.
그 선택의 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것 같아서, 그래서 불안한 게 아닐까? 
짜장면과 짬뽕 중 뭘 먹을지 선택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두려우니까.


3

2주 반 정도 되는 이번 겨울 방학.
졸업 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배낭메고 태국으로 출동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힘들것 같다.
정말 갈 계획이라면 지금쯤 항공권 예약을 해두는게 좋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다.ㅎㅎ

성수기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유류할증료가 올라서 항공권이 비싸졌다. tax 장난아님...;
역시나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건 2주간의 체제비 정도. 그것도 간신히.
통장잔고(인도여행때 쓰고 남은 돈. 놀랍지않은가!)+돼지저금통(그래도 뜯어보면 언제나 기대이상!;;)+기타 등등
진작에 과외를 시작하지 않은게 은근히 후회되려고 하는 요즘이다-_-
마이너스 통장의 유혹이 물밀듯이 밀려오지만... 참아야지, 그건.ㅎㅎ

폴라리스TV의 <여행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 보면서 대리만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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