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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오! 그러고보니 친구의 결혼식에 갔던 것은 처음이다.
수현이 결혼식 때는 시험 때문에 못 갔었고.)

글쎄, 그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혼식에 모인 친구들에게서 세월이 느껴졌다.
뭐랄까, 이제 인생의 대소사에 대해 논할 그런 나이에 접어든것 같다랄까.
사람이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우고 함께 늙어가는 그런 인생의 일들에
대해서 말이다.

원래의 성격대로 무덤덤해보이던 내 친구와
기쁜만큼 잔뜩 긴장되어보이던 그의 신랑 -
그 둘을 보면서 그다지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마냥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세월이 느껴져서' 였을까.
이제 마냥 어린아이처럼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그런 와중에도 내일,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날 친구가 부러웠다 ;;)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어젯밤,
엄마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언젠가 이야기했던 우리 엄마도
역시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좀 유별난 큰딸에 대해 (엄마는 내가 좀 유별나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신다, 인정하기 싫으신것 같다)
생각보다 많이 걱정하고 계신다는 것도.
'니 인생 니가 사는거지, 내가 뭘 어쩌겠니' 라고 무심하신듯 내뱉는 엄마의 대답,
그 너머의 은근한 걱정과 기대가 느껴졌다.

글쎄, 난 아직 모르겠는데.
잘 모르겠는데.

스물일곱살이나 되었는데도
여전히 모든 것들에 서툰 것 같다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남들도 다 그래, 라는 대답으로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만
내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갖춘 것은 무엇이 있나, 하고 꼽아보면,
자신이 없다.


(오늘은 왠지 우중충한 분위기다.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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