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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37주, 태동

갈매나무 2019. 5. 8. 01:01

막달이 될수록 공간이 좁아져 태동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열매는 오히려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몸을 자꾸 움직이는 걸까.

답답해서? 얼른 엄마 몸의 좁은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서인가?

뭐 특별한 의미없는 몸짓인지도 모른다. 생명이 있는, 살아있는 존재니까 당연하게도 움직이는 건지도..

 

16~17주경 첫 태동을 느꼈을 때 얼마나 안도했던가. 

첫 임신 때는 20주가 넘도록 태동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잘못됐을거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개인차가 있다고 하니, 그저 우리 아이는 좀 늦는 것 뿐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늦된 아이라서 그랬던게 아니라는 걸 알게됐을 때, 얼마나 절망했는지, 슬펐는지.

이번 임신 때 첫 태동 전까지는 늘 불안 속에서 지내다가 태동을 느끼게 되면서 안심하게 됐다.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믿게 됐으니까. 

움직이면서 방광을 건드려 찌릿찌릿한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몇분 이상 계속해서 움직일 때 울렁거려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얼마나 고마운지. 

아이는 끊임없이 자신이 잘 지내고 있다고 살아있다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나를 안심시켜준다.

 

출산 후에는  더 이상 태동을 느끼지 못하게 될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다.

내 몸 속에 내 심장이 아닌 다른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엄청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종에 비해 지나치게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는 한 인간을 먹이고 재우기 위해

얼마간은(?) 나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내야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리 늦지 않게 아이를 만나고 싶다.

 

뒤늦게 주문한 천기저귀를 처리해야하긴 하지만, 

열매야, 엄마는 이제 거의 준비가 되었어. 

언제든 네가 원할 때 신호를 주렴. 우리 곧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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