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주 촘촘한 기록은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글로 남기려고 했는데 

26주 이후 훌쩍 10주나 지났다. 그리고 오늘은 조기진통으로 12일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다음날이다. 

 

26주 무렵 조금씩 골반통이 있었는데 그 후 점점 더 심해져서 

2-3주 동안은 걸을 때도 아프고 자세를 바꿀 때 상당히 아팠다. 

임신 중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라는 것을 머리로 확인했음에도 

설마 이 증상이 다른 의미(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든가)가 있는건 아닐까 하는 근거없는

불안감이 가끔씩 솟아나기도 했다. 

다행히 30주 접어들면서 신기하게도 호전됐다. (34-35주부터 다시 아프지만.. ㅠㅠ)

그래서 그런지 30주 이후에 이곳저곳 부지런히 다녔다. 물론 날씨가 따뜻해지기도 했고.

그래봤자 집에서 반경 4,5km를 벗어난 적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26주에 한 임신성당뇨선별검사는 정상 판정을 받았다. 

검사 예약해뒀던 날보다 3-4일 일찍 병원에 갈 일이 있어 방문했던 날이었고

정확히 포도당 용액을 마시기 1시간 전까지 탕수육, 덮밥 등 중국요리를 배불리 먹었던 터라 

살짝 걱정했었는데 다행이었다. 

 

32주, 출산할 병원 첫 방문 

29주에는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마지막 진료를 받았다. 

사실 20주 전후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첫 임신 때부터 쭉 봐왔던 

담당선생님이 편하기도 해서인지 병원 옮기겠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다보니 30주 가까이 다니게 됐다. 

29주에 확인한 열매의 몸무게는 1400g. 초음파로 보니 머리숱이 풍성한 친구였다. ㅎㅎ 

은근 머리숱이 많은 상태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는 32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첫 방문. 

사실 처음 외래에 갔을 때는 좀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산부인과 외래는 리모델링 한지 꽤 시간이 지난듯 했고

대기석은 외래 창구 앞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산모와 보호자들로 붐비는 것에 비하면 의자가 좀 모자란 듯도 했다.

반들반들하고 널찍한 분위기의 서울성모병원, 

그리고 그전까지 다녔던 쾌적한 미래와희망과 너무 비교가...^^;

 

자연주의출산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최규연 교수님으로 예약했다. 

역시 소문대로 시크한 분이셨다.

대학병원이라 대기가 많아 더욱 그렇겠지만 딱 필요한 질문과 설명을 적절하게 하셨고,

초음파 본지 2주 됐으니 오늘은 보지 말고 다음에 와서 보자는 말에 나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걱정과 불안으로 열흘에서 2주에 한번 꼴로 병원에 갔던 초기와는 달리 내게도 꽤 여유가 생겼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출산계획서 양식을 받았고, 바로 위층에 있는 분만실을 둘러보고 왔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유명한 다른 병원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넓은 창으로 볕이 잘 들어와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가족 분만실과 수중분만실. 

이곳이라면 아이와 처음 만날 공간으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4주, 조기진통으로 입원 

32주 후로는 본격적으로 출산 준비에 돌입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출산하고나면 한동안 하지 못할 일들이 더 아쉬워지기도 해서 

틈나는대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ㅋㅋ 늘상 하던 독서, 뜨개질, 베이킹 외에도 

영화 보러가기(콜레트를 봤다!), 전시회 가기(데이비드 호크니전 보러가고 싶었다ㅠㅠ) 등.. 

 

그런데.. 다음 진료예약일 이틀전부터 전보다 배뭉침이 잦아졌다. 

심지어 이틀전날 밤에는 자다가 두번 깼는데 약한 생리통 같은 느낌으로 배가 아팠다. 

그전에도 하루에 1~3번 정도 배뭉침이 있었는데 다음날부터는 더 자주 느껴져서

예약일 하루전에는 종일 배뭉침 시간과 횟수를 체크해봤다.

중간에 두세시간 건너뛰긴 했지만 대체로 1시간에 두세번 꼴이었다. 

역시나 다음날 진료 때 말씀드리고 태동검사를 해보니 몇분 간격으로 

일정하게 꽤 강한 자궁수축이 잡힌다고.. 바로 입원을 권유받았다. 수액 맞으면서 누워서 쉬기만 해도 

수축이 잡히기도 하니 3,4일 정도만 입원하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나와 짝꿍 둘다 

놀라 눈이 둥그래졌다. 그래도 마침 짝꿍과 함께 방문한 날이라 다행이었다. 

바로 입원수속을 밟았고, 짝꿍이 집으로 가서 짐을 챙겨왔다. 

 

수액만으로는 수축이 잡히지 않아 입원 첫날 트랙시반이라는 자궁수축억제제를 달았다. 

근데 이 약이 33주까지만 보험 적용이 되고 34주부터는 보험 적용이 안된다는 것. 

(34주부터는 아이가 태어나면 미숙아이긴 해도 아주 위험한 시기는 지났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 같다.)

한 사이클을 맞는데 48시간 정도 걸리는데 한 사이클에 50만원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는 40만원 정도가 나왔다.)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ㅋㅋㅋ

그러나 한 사이클 맞고나서도 수축은 가시지 않았고 나는 병원에서 35주차를 맞이했다.  

트랙시반 두번째 사이클을 맞고난 입원 8일째, 퇴원하기로 해서 옷 갈아입고 

퇴원 정리 절차를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배뭉침이 몇번 있길래 시간을 재보니 3,4분 간격..ㅠㅠ

스테이션에 얘기하고 태동검사를 다시 했다. 

검사 시작하고 20분쯤 지났을 때 간호사샘이 오시더니 "꼭 오늘 퇴원 안하셔도 되죠~?"라며 

다시 수액을 달아주고 가셨다. 그렇게 트랙시반 세번째 사이클 시작.

3,4일이면 될 줄 알았는데.

이러다 37주까지 계속 입원해있다가 출산하고 나서 집에 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어디가 딱히 아픈 것도 아닌 상태에서 열흘 넘게 병실에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집에서보다 끼니를 더 잘 챙겨먹는데다가 운동량이 현저히 줄어드니 변비도 살짝 오고 몸이 

찌뿌둥했다. 출산 때 잘 하려면 적당히 운동을 해야될텐데 말이다. 

그 답답한 시간을 책, 뜨개질, 팟캐스트로 버텼다. (-_-) 

9일째 되던 날에는 출산하러 온 후배 부부 Y와 S를 우연히 만나 그들이 있던 옆 병실로 놀러가 수다를 떨기도 했다.

후훗.. 정말 신기한 만남이었다. ㅋㅋㅋ

 

결국 나는 트랙시반 세번을 맞고도 모자라 유토파까지 3일간 맞고나서 12일만에 퇴원하게 됐다.  

36주에 막 접어든 날이었다. 

34주에 2.7cm로 좀 짧아져있던 자궁경부 길이도 다시 3.5cm 이상으로 늘어났고

그사이 열매는 2.65kg이 됐다. 

일단 퇴원하고 36주까지는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무조건 집에서 쉬고,

37주부터는 정상생활하다가 진통이 오면 아이를 낳자는 교수님 말씀. 

사실 퇴원하고 바로 그날 초저녁에 그전보다 좀 더 여러번 통증이 느껴져서 

꽤 불안했었는데 다행히 일시적인 것이었는지 이후로는 괜찮았다. 

간간이 배뭉침이 있긴 하지만 처음 입원할 때 만큼은 아니다. 

그래서 퇴원 이틀 째인 오늘은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아이가 내 몸에서 나온 직후에 바로 NICU에 갈 염려 없이

엄마 아빠의 온기를 느끼며 이 세상에서 첫 시간을 누리길 바란다. 

그럴려면 이번주를 잘 넘겨야될 것 같다. 

아빠의 캥거루 케어나 출산 직후 젖 물리는 것도 그래야만 가능할 거고..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얼마든지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첫 임신 때 입덧도 거의 없이 무난하게 중기로 접어들었지만 21주에 갑자기 아이를 보내야했다. 

이번에도 태동을 확실히 느끼기 전까지는 늘 걱정과 불안이 따라다녔다. 

다행히 아이는 주수에 맞게 잘 자라주었고,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검사에서 정상이어서 

나의 불안감이 점차 느껴졌다. 그렇게 다행스럽게도, 이제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때가 됐는데 

조기진통으로 입원하다니. 물론 임신 기간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입원한 상태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출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고. 

그래도 좀 억울한 면도 있긴 하다. 임신 준비할 때부터 일을 쉬기로 했고, 태교여행도 

국내로 다녀왔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서. 전혀 무리할 일도 없이 조심조심 지냈는데ㅎㅎ

전 직장에 계속 다녔더라면 거의 막달까지 일하다가 출산휴가를 쓸 생각이었는데 

일을 쉬고 있어서 다행인것 같기도 하고.

 

입원기간에는 병실, 병실 바로 앞의 화장실, 스테이션 외에는 돌아다닐 일이 없어서였는지 

잘 못느꼈는데 병원을 나서는 순간부터 몸이 확실히 무거워졌다는 걸 느꼈다. 

그전까지는 배가 불렀어도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치골 쪽의 통증도 더 심해졌다.

27~28주 무렵처럼 누워있다가 몸을 돌릴 때 좀 고통스러워졌다. 

 

그리고 막달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는 자라고 공간은 좁아서 태동이 전보다 좀 줄어든다고 알고 있었는데 

열매는 34주무렵부터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빨리 나오고 싶다는 뜻인가.. ㅋㅋ 

2,3주 후쯤 나오면 참 좋겠는데.. 

 

최소한 이번주까지는 우리 잘 지내보자, 열매야! :) 

그동안 엄마 아빠가 너를 맞이할 준비 잘 해놓을게. 

'ordinary sce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주, 태동  (0) 2019.05.08
아이가 온다는 것  (0) 2019.05.02
아기옷 뜨개질  (0) 2019.03.08
임신 26주차  (0) 2019.02.19
임신 19주, 태동을 느끼다  (0) 2019.01.0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