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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토요일 밤

갈매나무 2009. 3. 22. 00:10

조원선의 보컬은 봄날 듣기에 딱 좋다. 왠지모르게 아련한 봄날의 기억을 살살 피어오르게 하는 느낌이다.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의 솔로 앨범이 나왔다. 데뷔 16년인가 17년만에 낸 앨범이라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군.)
아무튼 좋다. 밖엔 봄비가 내리고 있고, 조원선의 노래를 틀어놓고, 세탁기가 일주일치 빨래를 하고 있다.

그런데 봄날 듣기에 딱 좋은 이 가수의 음색이 나로 하여금 떠올리게 하는 몇 가지 기억 중 한가지는 재미있게도
2006년 봄의 기억이다. 부산으로 온지 얼마안되었던 그 때, 그 학기 중 단 두 번을 제외한 모든 토요일에 시험이 있었다.
금요일날 밤을 거의 새다시피하고 토요일 오전에 시험을 보고 집으로 오면 12시에서 1시쯤이었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침대에 누워도 시원찮을 판에 나는 폐인의 얼굴을 하고선, 밥을 해먹고 TV를 보거나 싸이월딩을 했다.
토요일 봄날의 낮시간은, 바람이 살랑살랑거리고 햇살도 따사로울 때인데, 나는 누렇게 뜬 얼굴로...ㅎㅎ
그런 기억이 떠오르다니. 참. 조원선 언니 목소리를 참 좋아하는데. 이상하다. (그 시간을 은근 즐겼던건지도 모르지)


요즘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하루에 몇장 씩 도닦는 기분으로 읽는다.
몇 해 전 출간되었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책이다. 사실, 이 책 뿐만 아니라 이것과 '비슷한 류'의 모든 책을 거들떠보지 않았다는게 맞겠다. 왜냐하면, 달라이라마든, 그 누가 쓴 행복론을 나에게 줘봤짜 나에겐 이미 '나만의 행복론'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는 명제가 역시 내게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고작 그 어린 나이에 인생을 웬만큼 알 것 같다고 까불었다는 것. 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얼마전, 마음이 좀 힘들었던 일을 겪고 나니, 나 자신의 여러가지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밀려오게 되었는데, 스스로
나 지금 행복한거야?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 이 책을 빌린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예전같으면 전혀 읽지 않았을것 같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돌아보게 되는데,
아직 절반 정도 밖에 읽진 않았지만 요는,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고, 그건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엔 그런 말에 거부감이 들었었다. 물이 절반 들어있는 컵을 두고, '반이나 있네' 또는 '반 밖에 없네'라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같은 거 말고, 모든 것이 그저 내 마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버리면 내 마음은 편안하겠지만 옳고 그름에 대해선 둔감해질테니까.
그래서 그런 류의 말들이 싫었다. 한편으로는 현실에 안주하라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 같기도 하고.

이젠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는,
인생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거다.
언제 내 생각이 이렇게 바뀐거지? 모르겠다. 그건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쯤이 내게 '과도기'라고 생각했었다. 그 땐 스스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건 그저 환경이 변했던 것 뿐이었다. 실제론 그 이전의 모습과 별로 다를게 없었다.
지금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좀 더 많이 흐르고 나면,
요즘의 이 시간들을 '변화를 겪던 시기'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고민과 조금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고 (하긴, 인생살다보면 다 그런건지도)
난 요즘 마음이 쫌...  이상하다.
 
이런 날은,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마음이 이상한 날에는, 막걸리를 마시고싶은데.
커피나 맥주를 같이 마실 사람은 있어도 막걸리 같이 마실 사람은 내 주변에 없다. 그건 정말 섭섭한 일이다.

아휴 -
빨래 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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