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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시어머니

갈매나무 2018. 10. 24. 14:40
지난 주말에 어머니댁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한달에 한두번은 가서 밥을 먹는데,
임신 소식을 전한 후로는 처음이었다. 

원래 자식 걱정과 잔소리가 많은 분이지만
첫 임신땐 조심하고 잘 챙겨먹으라는 말씀 뿐이었는데
한번 유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엔...-_-
앉자마자 그리고 밥을 먹는 동안에도 이래라 저래라 말씀이 많으셨다.
누구보다 걱정되고 불안한 사람은 나 자신인데, 라고 생각하면서 네 네 하며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병원 가까운데로 옮겼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병원 이름까지 언급하시자,
나도 모르게 정색을 하며 "어머니,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해버렸다.
정말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_-
병원 옮기라는 말씀은 충분히 하실만한 말씀이었지만 그 전까지 계속된 잔소리를
나는 더이상 참을수 없었던 것이다. 바로 후회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ㅠㅠ

그순간 어머니께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는 알수없지만
짝꿍이 그렇잖아도 옮기려고 계획하고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진않았고,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졌다.
다만 내 마음이 불편해졌을 뿐이었다..ㅠㅠ
그냥 넉살좋게 "아유~ 어머니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안그래도 옮길 생각이었어요. 걱정마세요~"라고 
말씀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릴적 습성(?)을 버리지 못한 내가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그후 오늘까지도 불쑥불쑥 그 때 생각이 나 좀 괴로웠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오늘은 어머니 생신이다. (하필..ㅠㅠ)
결혼하고 매년 미역국을 끓여드렸다.
평범한 미역국이었지만
누군가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늘 너무너무 고마워하셨다.
그런데 요즘 요리하는게 쉽지않아 아무것도 준비한게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몇번 울리더니..

"응, 딸!"

예상치 못했던 어머니 첫마디에 웃음이 나왔다.
잔소리꾼이지만, 호쾌하신 시어머니.
3일간 불편했던 마음이 누그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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