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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다시 임산부, 임신 8주

갈매나무 2018. 10. 19. 17:00

임신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한지 한달이 지났다. 

오늘 두번째 병원진료를 다녀왔다. 


첫임신 때는 이무렵 조금 피곤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든 것을 제외하면 

입덧이 거의 없는 매우 운좋은 임산부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10월초, 지인 결혼식에 다녀온 날, 오후부터 기운이 없어서 오랜 시간 누워있었고 

조금이라도 공복감을 느끼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울렁거림이다. 

이번주부턴 누워있는 시간이 꽤 줄었지만, 이따금씩 헛구역질하는 내 모습은 정말 생경하다. 


컨디션이 조금 나아지니 이번엔 아이가 잘못된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치솟았다. 

3일전부터는 아랫배가 당기거나,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들곤했는데 

자궁이 커지면서 느낄 수 있는 증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갑자기 불안해졌다. 


다행히, 오늘 2주만에 본 '열매'는 1.9cm 크기의 젤리곰이 되어있었다. 

심박수 179회,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었고, 

열매는 짧디짧은 팔다리를 꼬물거렸다. 

"젤리곰 보이시죠? 팔다리 움직이는 것도 보이시죠?"

선생님이 최대한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지만 난 무덤덤하게 "네...", "그러네요.."

물론 마음속으로는 깊이 안도했지만, 무덤덤한 우리 부부는 둘다 반응이 미적지근..ㅋㅋ


이번에도 유산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늘 한다. 

작년 여름에도 여느때처럼 정기진료를 받으러 간 날, 유산된 걸 알게됐고 그날 바로 입원했다. 

오늘 병원 가는 길에도, 이 길로 바로 입원해야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출산하는 날까지 이런 불안감은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걱정과 불안이 무색하게, 

부디 내년 봄에 아이와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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