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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쇼코의 미소

갈매나무 2017. 12. 28. 00:40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든 추억만으로도 웃음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 p.90 씬짜오, 씬짜오



"5월의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대학에 와서야 토론할 수 있게 된 스물, 스물하나의 아이들이 그게 너무 아프고 괴로워 노래를 불렀어. 어떤 선배들은 노래가 교육의 도구이자 의식화의 수단이라고 했지만, 나는 우리 노래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고 생각해. 나만은 어둠을 따라 살지 말자는 다짐.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행복.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해. 나는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조회시간에 태극기 앞에서 부르는 애국가 같은 게 아니길 바랐어." 

- p.201 먼 곳에서 온 노래



이번 춘천여행에 가져가 읽은 <쇼코의 미소>.

작년에 출간된 이후 꽤 오랫동안 많이 읽히는 책이라는건 알았으나,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라 별 관심이 없었다. 

어쩌다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번외편 격인 '김중혁의 숏컷' 중 최은영 작가편을 들어봤는데, 

소설 일부분을 작가가 직접 낭독하는 걸 듣고 훅 반해버렸다. 

앞으로 소설책은 가급적 사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심지어 이 책을 사기까지 했다. 

(무려 오프라인 서점에서 샀다. 해방촌 고요서사에서. )


별 관심이 없었을 땐, 핑크핑크한 표지에 젊은 작가니까 

뭔가 발랄한 이야기, 감각적인 문체를 상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정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야기였다.

일곱편의 중.단편 소설이 들어있는데, 대부분 소중한 관계의 단절이나 상실에 대한 이야기. 

인생의 다양한 시기에 나와 관계맺은 몇몇 얼굴들, 

어떤 이유로든 지금은 연락하지 않으며 지내는 또는 연락할수없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도. 


분명 슬픔을 쥐어짜는 이야기는 아닌데 마음이 먹먹해져 여러번 울었다. 

슬픔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던 것 같다. 

연달아 읽기가 힘들어 3일간 시간차를 두고 한편씩 읽었다. 

주로 숙소에서 오전에, 중간에 들른 카페에서 한편씩 읽었는데 

그 시간이 은근 기다려졌다. 

소설이 참 좋다고 느낀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준비중이라는 작가의 산문집도 기다려진다. 



* 최근 업로드된 이동진의 빨간책방 <쇼코의 미소>(with 최은영 작가) 편도 아껴가며 듣는 중. 

공개녹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지만 오픈 2분만에 매진되었다. 이 책의 인기를 실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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