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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전화카드 한장

갈매나무 2012. 5. 19. 17:06






중학교 시절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3년간 반장이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는 중학교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건 비극이다. (물론, 지금 어떻게 지내고있는지 궁금하고 만나보고싶은 친구는 한두명 있지만.)

특히, 마음맞는 친구가 같은 반에 한 명도 없었던 3학년때엔 수업 마치자마자 혼자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던 기억. 

중3 어느날엔가 담임선생님한테 불려가 학생부 교무실에서 맞았던 기억. -_-


그나마 다행이었던것은 1,2학년 때 '좋은 선생님' 두 분을 담임으로 만났던 것.

중2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박미자 선생님은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몇년만에 복직된 첫 해에 우리 반을 맡으셨다고한다. 

학기초, 학부모 모임에 다녀오신 엄마로부터 담임선생님의 이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물론 그 땐 전교조가 뭔지도 몰랐다) 그러면서 엄마가, 선생님 참 좋은 분이라고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전화카드 한장'을 처음 배운 것도 그 때 선생님으로부터였다. '대학생들이 많이 부르는 노래'라면서 칠판에 가사를 적어주셨었다. 참 국어교사스러웠던ㅋ 선생님의 글씨체도 기억한다.  

살뜰하게 은사들께 연락을 드리거나 찾아뵙는 편이 아니라, 중학교 졸업 이후에는 선생님께 따로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2002년, 여름 농활 마지막날, 의정부 미군부대 앞에서 집회가 있었다. 효순이, 미선이 두 중학생이 미군 탱크에 의해 사망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규탄집회였을거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었는데 대오 옆으로 전교조 조끼를 입은 낯익은 얼굴이 지나가길래, "선생님!" 하고 불렀다. 선생님께서 뒤돌아서며 한눈에 나를 알아보시고는 안아주셨다. 나도 선생님도, 가슴벅차고 힘도 나고, 그랬을거다, 분명. 그 때 헤어지면서 선생님의 연락처를 받았지만, 역시 나는 살뜰한 제자가 아닌지라... ;


작년, 재작년부턴가,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해서 가끔 선생님 성함을 '전교조'와 함께 검색해보곤했었다. 매번 별 소득이 없었는데, 오늘 문득 떠올라서 검색해보았더니... 무려, 전교조 현 수석부위원장이시더라. 올해 초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뉴스가 많아 선생님 얼굴까지 정확히 확인했다. ㅠㅠ 트위터 아이디도 찾아내서 일단 팔로잉했는데... 언제, 어떻게 멘션을 드려야할까, 고민 중이다.ㅎㅎ 




(그나저나..  '전화카드 한장' 오랜만에 들으니 참 좋다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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