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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은 그리 괴롭지 않았다.
새벽에 집을 나서 별보며 집으로 돌아오던 매일매일이 쉽지 않았는데도 학교가는게 좋았다.
방학이 길어지면 학교에 가지 않는 날들이 이내 지겨워졌고
졸업하고도 몇년간은 네모난 교실에서 아둥바둥거리던 나날들이 이따금씩 그리워지곤했다.
지금은, 그다지 괴롭지는 않은데...
그나마 좀 여유가 있는 요즘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네모난 강의실에서 130여명이, 그것도 고등학교 때처럼 고만고만한 130명이 아니라,
전공, 나이를 비롯 지난 삶의 배경이 다양한 130여명이 모여 매일 부딪히는 이 생활은,
사람을 퇴화시키는 것 같다.
고차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나도 모르는 사이 점차 잊어버리고 있는 느낌.
원래의 (이게 원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만) 모습을 잃어가고,
서로를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게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풀어내지도 못하고.
얼굴은 날이 갈수록 나이를 팍팍 먹어가는데
나이에 걸맞는 '지혜와 통찰력'은 요원하다.
(다른 사람은 안 그런가? ;; 그렇다면, 최소한 '나는 그렇다')
나의 얄팍한 의학지식이 만천하에 드러날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이상하고 슬픈 이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어서 임상실습이 시작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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