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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여행의 기록

갈매나무 2008. 3. 9. 13:22

요즘 인도여행기를 쓰고 있다.

예전 베트남 여행 때는 고작 열흘 뿐이었는데도 여행하는 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아니 쓰지 않았다. 별로 필요성을 못느꼈던 것 같다.
적은 것이라곤 하루동안의 지출내역 정도 였는데 그나마도 매일매일 꼼꼼하게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날을 이틀앞두고 카메라를 잃어버렸고, 그때까지 찍은 사진도 몽땅 날아가버렸다.
남은 이틀간 일회용 카메라 두 개로 찍은 사진 몇장이 그 여행의 기록의 전부가 되었다.

물론 아무리 기록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머릿속에, 마음속에 남은 것보다 생생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것들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더라도, 그 때의 사진 몇장이나 혹은 기차표나 영수증을 보면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떠오른다.
그런데 그런 기억의 단서가 될만한 것들이 없으니까, 기억들도 역시 조금씩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데.


이번 여행 때는 무엇이든 남기고 싶었다.
여행하는 동안의 경험들을 잘 기록하고 모아두기로 했다.
그래서 여행 준비 과정에는, 어떤 모양, 어떤 크기와 두께의 노트를 살 것인지 고민한 후
구입하는 일도 포함되었다.
(남포동의 큰 문구점에서 이 노트 저 노트 들어보고 펼쳐보고,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20분도 넘게 ;;)

처음 마음먹은대로, 여행하는 내내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도저히 피곤해서 자세히 글을 쓸 수 없는 날은 간단히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는 것만이라도 했다.
사진은 그리 많이 찍진 않았다.
'아- 정말 좋다'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에는 카메라를 도로 가방에 집어넣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으려 애썼다. 사진에 연연하다 보면 단지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 같아서.
사진에 올인했다간, 그걸 잃었을 때 그와 관련된 기억까지 날릴 위험이 잠재되어있는 사진보다는,
내 마음에 잘 담아두고 싶었다.

꼴까따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사진을 거의 안 찍은 건 매우 후회스럽지만,
그 때만 제외하면, 카메라 들이대기를 자제한 것은 좋은 방침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가지는 일기를 열심히 썼던것! 내가 생각해도 참 대견스러울 정도... 하하하.

여행기를 쓰면서 다시 한번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 때 쓴 일기나 각종 종이 쪼가리(각종 티켓과 영수증, 명함)들을 꺼내보니,
금세 잊혀질 것 같았던 기억들도 새록새록 다시 떠오르고, 참 좋다.

그런데 이 여행기를 끝까지 쓸 수나 있을까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이미 포스팅을 여러번했는데 아직 첫번째 도시인 꼴까따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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