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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비오는날

갈매나무 2008. 6. 28. 15:04
비오는 날이 싫다.
바지도 젖고 신발도 잘 젖는데다가
우산을 들고 다녀야하는 한 손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최근 들어 비오는 날이 조금 좋아진 유일한 한가지는,
내 방 창문에 타닥타닥 빗방울 튀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실수 있는
지금같은 오후의 시간.


어제 오후,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나는 갑자기 우울해졌었다.
핸드폰을 고치고 서점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충무 교차로 앞 횡단보도 앞에 서서 멍하니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금기가 스민 습한 공기가 코끝에 느껴진다.
문득 2008년 6월 내가 이 곳에 서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 참으로 오랜만에.
2008년 6월에 내가 이 곳에 서 있을 거라고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초점은 흐리고 표정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마칠 즈음 이후로 내 인생은 두 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어나갔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지겹고 외로운 요즘,
이제 또 조만간 엉뚱한 방향으로 튀게되지 않을까?
기대감.

계획대로 되는 게 없었던, 엄밀히 말하면,
내가 엄마 자궁 속에 자리를 잡고 들어앉은 순간이후로 이렇다할 계획이 없었던,
(부모님은 양육에 대한 계획을 갖고 계셨는진 몰라도 난 계획이 없었다구)
내 인생. 하루하루가 재미없는 요즘, 한번 두고보자.
어디로 튀는지.


사람은 온전한 고독감 속에서 자신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던데,
내가 겪고 있는 이 시간이 온전한 고독감인건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완전 실망이다.
지금까지는 정말 '씩씩한 척'해 왔던것뿐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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