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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토요일, 서울

갈매나무 2008. 5. 31. 23:51

1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로 나갔다.
어제는 거의 하루종일 꽤 쌀쌀해서 덜덜 떨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서 기분이 좋았다.
북쪽으로 뻗은 4호선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1997년 오원 장승업 탄생100주년 기념전시회 이후 11년만이다!

간송미술관에 찾아가는 것이.

그때는 4호선 도로 중앙에 플라타너스가 줄지어 서 있는, 그저 한산한 동네라고만 느꼈었는데
꽤 많이 변해있었다. 하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니.
성북동 파출소를 지나고 2,30미터를 좀 더 걸으니 간송미술관 표지가 보인다.
드디어. 그 곳.

고등학교 때 세 번, 혼자 찾아와 둘러보고 갔던 곳.
별로 미술관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어느 시골집처럼 숲으로 둘러싸인,
꽤 오랜 역사를 가진 간송미술관.
봄, 가을, 2주씩 1년에 4주간 전시가 열리는
이곳을 혼자서 찾아올 때면 서랍 깊숙이 남몰래 숨겨놓은 보물을 꺼내보는 기분이 들곤했었다.

조용한 시골집같던 미술관 마당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건물로 들어서면서 왠지 불안하다 싶었는데...
웬걸! 그 좁은 전시관 안에 사람들이 뽁짝뽁짝 -_-
매스컴의 힘인가, 10년남짓새 간송미술관을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 늘었단 말인가.
10년전엔 1,2층 통틀어봐야 그림을 둘러보고 있는 사람이 10명될까말까했었는데.

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그 순간 장승업이고 뭐고 바로 뒤돌아 서울역으로 가고 싶었지만!
봄 전시 종료 이틀전이고 게다가 장승업 전이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사람들 틈에 '끼여서' 그림들을 둘러봤다.

97년 오원전에서,
탐스러운 매화나무가 대담하고도 화려하게 그려진 여덟폭 짜리 병풍을 보았을 때
그 짧은 순간, 마음이 환- 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었다.
사실 그 병풍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때보다 작품수는 더 많았지만 그 병풍은 볼 수 없었다.

산수화는 한시를 잘 몰라 여전히 어렵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오원의 꽃그림에 나는 여전히 매료되었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랄까.




2

오늘 서울에서, 그리고 주요도시 곳곳에서는 광우병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있었다.
10만명이 모인다는데 기차표 미루고 같이 가자는 선배의 전화와,
'니서울이냐'라고 짧은 문자를 보내온 (서울에 있으면 같이 촛불집회가자는ㅋㅋ) 친구.
비록 원래 예정대로 기차를 타고 내려왔지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어서, 내가 삐딱선 탈 일은 없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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