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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or doctor

전문성을 지킨다는 것

갈매나무 2018. 10. 20. 22:53

탁월한 필력으로 이름이 알려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어제 실검에 올랐다.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칼럼이나 SNS를 통해 종종 접해왔고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의사들 중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사들의 경험을 전달해 

오해를 풀고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 것이 다른 의료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최근 있었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의 담당의였던 그가 당시 환자를 치료했던 상황에 

대해 아주 상세히 SNS에 올린 글을 읽었다. 상태가 심각했던 환자를 볼 때 느꼈던 당혹감과 분노와 함께. 

그런데 그 설명이라는 것이 너무나 구체적이었다. 물론 문장력은 뛰어난 글이었다. 

하지만 이내 불편함을 느꼈다. 

이건 좀 아니다, 이러면 안되는거다 하는, 직감에 가까운. 

평소에 글을 써야하거나 발표를 준비할 때, 다양한 임상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내용 전달에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의사에겐 환자 정보를 비밀로 지키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서, 늘 여러번 고민한다. 

정말 꼭 필요한지, 어떻게 개인정보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인용할지 등.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늘상 그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많은 의사들도 마찬가지일거다. 

둘러보니 비슷한 불편감을 느낀 의사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다른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가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읽었다. 

의사로서 써서는 안될 글이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문성이라는 것은 그 분야의 지식과 능력만이 아니라 의식과 태도까지 포함한다. 

분야에 따라서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게 더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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