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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에게나, 어느 시기에라도 휴가는 기다려지는 것이겠지만,
인턴 때의 여름휴가만큼이나 이번 휴가는 내게 절실했다.
원래 계획보다 앞당겨 7월에 다녀오라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냥 7월내내 이렇다할 휴식없이 끙끙거리다가
(여름 휴가를 너무 일찍 다녀오면 남은 여름이 너무 괴롭다는 나의 지론에 따라...-_-) 결국 1주 앞당겨 다녀왔다.
호도협 산사태로 쿤밍행 포기.
충청도 모처에서 보내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 먹고, 동네 산책이나 하면서 뒹굴뒹굴할 생각이었는데.
휴가가 끝난 지금 돌이켜보니 일주일간 단 하루도 집에서 편히 쉰 날이 없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별 일 없으면) 주말은 온전한 내 것이 되므로 후회는 없다.
휴가의 시작을 심포지움 참석으로 상큼하게 시작. ㅋㅋ
다음날엔, 노동건강연대-은수미의원실에서 하는 노동자 건강권 관련 정책 간담회에 '참관'.
(-> 물론 이런 간담회 같은 건 아무도 내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목말라하던 부분이라.)
하지만, 휴가 내내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람들'을 만났다.
누군가와 한 끼 이상 밥을 먹거나 술을 먹거나 차를 마셨다.
이 '업계' 사람들, 대학 사람들, 대학원 동기들&후배들, 고등학교 친구들.
아, 부산에서는 지도교수님, 초등학교 친구, 사촌동생도 만났다. :)
(지금 꼽아보니 정말 많이 만났네!)
돌이켜보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던 원천은 늘 '사람'이었다.
움츠려들었다가도, 힘들다고 느낄수록 주변의 사람들에게 손을 뻗었다.
흠.. 뭐, 어쩔수없이 그렇게된다. 나도 사람이니까.
주광성 생물들이 햇빛을 향해 꿈틀거리듯이.
#2
처음 입학하면서 부산에 내려갈 때는, 어쩌면 이곳에 내가 뿌리내리고 살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졸업이 가까워져갈수록 하루빨리 다시 서울로 가고싶다고 생각하게됐지만.
졸업 후 서울로 올라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내가 있어야할 곳에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했을 뿐.
졸업하고 2년반만이다.
(작년 초에 결혼식 참석차 해운대에 잠깐 다녀온 것 빼고.)
내가 좋아하던 장소들 - 다 들리진 못했고 그 중 몇군데에 들렀는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이라는 곳에, 내가 익숙하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 있는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참 좋았다.
졸업하고 부산을 떠나온 첫 해에는, 늘 고달픈 인턴 처지라 감히 부산이 그립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레지던트가 되고, 인턴 때보다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는 한번씩 부산이 그리웠다.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리웠다기보다는, 당연히 그곳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던 것.
첫날, 김해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루 묵기로 한 것 외에는 딱히 미리 약속을 잡지도 않았고
부산에 내려가서 이 사람 저 사람 연락했는데, 다들 귀한 시간을 내주고 만나줘서 너무 고마웠다.
아직 다들 저년차라서 바쁜 동기들도 그렇고,
예고도 없이 둘째날 오전에 연락드렸는데 기꺼이 시간을 내주시고 후배들까지 연락해서 불러주신 지도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졸업하고 처음으로 식사 대접해드릴 기회를 빼앗아가버리셨다는 것만 빼고 ㅠㅜ)
서울로 다시 돌아오던 날, 부산역 광장에서 기념 셀카를 찍었다.
'언제 또 다시 오게 될까?'하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져서. 기념 사진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를일이다.
내가 언젠가 다시 부산시민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3
또 서울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
그 덕에, '회복'되어가고있음을 느끼며...
이렇게 꿈같던 휴가도 끝.
병원에 복귀했다.
이번 휴가를 '잘' 보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떨까. 이번 휴가는 내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아 이노무 의미 타령, 그만 좀 해야하는데..ㅎㅎ)
두고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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