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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닮고싶은

갈매나무 2012. 4. 29. 04:19

대학원 첫 학기. 

아무리 시원찮은 수업도 안 듣는것보다는 귀담아 들어두면 어쨌든 내게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번 학기 수업들은 내게 지식전달 면에서도, 동기부여 면에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출석은 챙기고있으나 학생으로서는 전혀 충실하지 못하고, 그래서 수업은 더욱 내게 쓸모가 없어지고... 

이런 악순환이 두 달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으로부터 비롯된 회의감으로 나는 휴학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오로지 그 이유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역학 수업 중 4월 첫 2주간 전반적인 연구 프로토콜, 디자인에 대한 수업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존스홉킨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강의도 하고) 현재는 국내의 유명한 모 병원에서 일하신다는 젊은 여자 선생님이셨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연구를 할것인가,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내가 1년 후 쯤 이 수업을 듣는다면 훨씬 와닿고 더욱 도움이 될것 같다는 점이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자신의 연구경험을 살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 대학원 교수님으로부터 소개받은 바와 같이 '강의를 잘 하는' 분이셨다.


수업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강의를 끝맺으시며 그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논문을 위한 논문을 쓰지 말고,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논문을 쓰라고, 그런 연구를 하라고. 

기술적인, 방법론에 대한 수업을 하시다가 그런 이야기로 강의를 끝맺음하시다니. 

내가 받아들인 그 의도는, 병원의 실적이나 이력 한 줄 더 추가하기 위한 그런 논문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이런 방법론에 대한 공부도 잘 해두어야 한다는 것.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그 선생님의 마지막 맺음말에서 나는 꽤 큰 울림을 느꼈달까. 

두 달간의 수업 중에 가장 와닿았다. 

그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분이 정말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그래서 즐기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뭔가 여쭤보거나 도움받을 일이 생길 것 같아 수업 끝나고 메일 주소를 여쭤 메모해두었다.

 

연구능력을 갖춘 의학자이기도 하면서, 

타인에게 어떤 동기를 심어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그 선생님, 

닮고싶다.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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