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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바다여행

갈매나무 2012. 4. 17. 19:36

 

영화 <디센던트>의 초반부에, 하와이에 사는 주인공이 서핑한지 15년이 넘었다고 말하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이야 많은 이들이 시시때때로 '바다'를 동경하지만, 정작 바다에 접해있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집에서 바닷가가 가깝거나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그곳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와이'라고 해도, 그 곳에서 사는 대개의 사람들은 바다와 무관한 그들의 일상을 이어간다. ('작은 어촌 마을'이라면 좀 다를 수도 있겠다ㅎ)

 

내가 부산에서 지낸 기간에도 물론 그랬었다.  

처음 부산에 가서, 처음 해운대에 갔을 때야, 한눈에 들어오는 아기자기한 해안선과 파도 소리에 감탄했었지만 

당연하게도 나의 일상은 바다와 거리가 멀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거리였던 자갈치 시장에 자주 갔던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취방에서 학교로 걸어가는 길에 이따금씩 저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면 그제서야 내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항구도시에 와 있음을 실감하곤 했다. 아, 맞다. 2학년 여름에 이사해서 2년반동안 살았던 원룸에서는 심지어 바다가 보였다! ㅎㅎ 

(지금 의대 캠퍼스는 경남 양산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난 자갈치시장과 남포동이 가까운 캠퍼스에서 '졸업'한 마지막 학번이다.)


돌이켜보면 난 타지 출신의 다른 동기들에 비하면 유독 바다를 찾아다니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따금씩 해운대에 가곤했었지만 그게 늘 바다를 보러 간 건 아니었다. 

전시회를 보러가거나 (해운대엔 부산 유일의 사진전문미술관이 있다. 시립미술관도 가깝고,) 

영화를 보러가거나 (시네마테크부산도 거기에 있고)

쇼핑을 하러가거나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화점도 있고)...  

 

 




요 며칠 전부터는 부쩍 바다가 그립다. 파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모래를 지그시 밟으며 걷는 상상을 하게된다.

그래서 이번 달에 꼭 다녀와야지, 하고 혼자서 야무지게 마음을 먹었다. 바다를 보고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마는 그래도 다녀오면 뭔가 하나는 달라질거라는 근거없는 기대가... ; 


익숙한 부산에 다녀오는게 가장 편하겠지만 어차피 당일에 다녀오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해서,

네이버에서 '서울에서 가까운'까지 쳤더니 바로 '서울에서 가까운 동해바다'가 뜬다.

허허, 참. 다들 비슷한 생각하면서 사나보다, 싶다. :)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이번달에 가장 가까운 동해바다를 볼 수 있는 강릉에 다녀오겠다는 것이고, 

고속버스를 타든지, 차 있는 사람을 꼬셔야겠다ㅋㅋ 



(역시 당직서는 날은 잡념이 많아진다. 커피 한잔 마시고 어서 밀린 일들을 하자, 이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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