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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or doctor

1년차

갈매나무 2011. 4. 19. 22:17

1년차가 된지 어느덧 한달반이나 지났다.
처음 얼마간은 학생시절에,
직접 이곳 의국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 연락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동아리 주소록에서 발견한 어느 선배에게 연락하고, 의국장 선생님과 닿은 후 교수님들께 직접 메일을 보내
성사된 일주일간의 실습, 그 때 '여기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게되면 좋겠다'라고 지금껏 바래왔던
바로 그 곳, 그 병원의 1년차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도 신기하고 고마웠다.
물론 다른 것 없이 적극적인 지원동기만으로 1년차로 받아주신 교수님들과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2.5:1의 경쟁율 - 그저 제비뽑기나 사타리타기하듯 쉽게 새 사람을 들이진 않으셨을거라고 물론 믿고있다)

여느 산업의학과 전공의라면
업무량이 많아 퇴근시간이 늦어지거나 평일에 다하지 못한 일을 주말에 나와 처리하는 일은 있을지언정
당직이라는 것은 그들의 사전에 절대 존재하지 않겠지만
이곳 1년차는 1년 중 절반이 풀당. (full당직)
내가 맡은 그 반년 중 1/4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 주 토요일에는 의사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사망선고를 했다.
분당 100회를 맴돌던 아저씨 맥박이 순식간에 60대, 40대로 곤두박질친건 정말 눈깜짝할 사이였다.
중환자실 격리방의 그 아저씨 곁에서 난 ventilator를 조절하고 있었고
간호사 두 분이 그 곁에서 뭔가 처치를 하고 있었다.
저녁 면회시간이 끝난지 20분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서둘러 가족들을 다시 불렀다.
이미 3일전쯤부터 하루 2회 면회시간마다 아저씨 손을 잡고 면회시간 내내 울다 가셨던
아주머니 얼굴은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그의 두 아들들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듯한 표정이었다.
"선생님, 아직 아버지 맥박이 뛰고 있는데요"
"아직은 맥박이 뛰지만 곧...(멈출거에요)"
말을 끝맺기도 전에 모니터의 EKG는 곧은 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OOO님, 사망시각 오후 7시 54분, 사망하셨습니다"

그제서야 두 아들들도 울음을 터뜨리며 아버지를 불렀다.

1년차로 병원에 들어오던 때부터 지금껏 내내 낮이고 밤이고 나를 불러내었던 그 아저씨,
나를 '김선생','막내선생님'이라 부르던 그 분,
기계호흡기 떼고 중환자실 밖으로 한 번 나가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결국 중환자실에서 살아서 벗어나지 못하셨다.

저 세상에서는 숨 차지 않고, 편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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