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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요즘

갈매나무 2009. 9. 27. 18:18

D-102.

불이 붙기 시작한지는 사실 얼마 안됐지만, 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난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시험도 시험이지만 지금이 아니고서야, 몇 년간 배운 의학적 지식을 이렇게 폭넓게 (달리 말하면 깊이는 없다는 얘기ㅋㅋ) 훑어볼 기회가 앞으로는 거의 없을 테니까. 아니, 거의 없는게 아니고, 없을 거다. 인턴 말에도 비슷한 시험을 보긴 하지만 잠자고 밥먹을 시간도 부족한 인턴이 공부를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지금 공부해 둔 것들을 억지로 끄집어내가며 기출문제들을 눈에 좀 바르고 시험보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진 못할 것 같다. 이후에 전공의가 되면 말할 것도 없다.
아무튼 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난 즐겁게 공부하고 있었다. 워낙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예전엔 시간이 없어 무턱대고 외우기만 했던 것들도. 아~! 하면서 깨달아가는 재미. 근데 이젠 슬슬 마음이 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다니. 대단하다ㅋㅋ) 공부를 하면 할 수록 해야할 것들이 더 눈에 보이는거다. 선배들은 어떻게 그 많은 공부를 다 할까, 궁금했었다. 양이 많긴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되긴 될 것 같다.ㅋㅋ

수능시험이나 MEET준비할 때와 좀 다른 점은, 좀 더 외로워 지기 쉽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야 다 알것이고, MEET 준비할 땐 학원 독서실에서 주로 공부했는데 학원 죽순이 죽돌이들은 거의 스케쥴이 비슷했다. 비슷한 시간에 학원에 왔고 밥먹는 시간도 같고 귀가 시간도 비슷. 지금은 다르다. 그나마 스터디를 하고 있어서 같이 하는 사람들이랑 얼굴마주보고 농담이든 공부 얘기든 할 시간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스터디마저 하지 않는다면 아마 스트레스로 폭발해버릴지도. 친한 친구들과도 하루 일과가 잘 맞지 않는다. 기상시간, 학교에 나오는 시간이 각자 페이스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먹는 시간도 달라 같이 밥먹기도 굳이 약속을 잡아서 먹어야할 정도.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마음이 급한 만큼 몸이 그렇게까지 따라와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_-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정신을 못 차린겐가.ㅋㅋ 생각만큼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지 않아서일까. (간절해야되는데!)

하루종일 공부만 할 순 없으므로 간간이 이렇게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는다. 신기한건, 그 어느때보다도 책을 많이 읽게 된다는 것. 작년인가 재작년에 친구가 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 도 어제 읽었고,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사려고 벼르기만 했던 <인도이야기>도 어제 주문했다.
여전히 7개월째 주2회 요가를 계속하고 있지만 조깅하는 날은 요즘 들어 부쩍 줄어들어 몸이 좀 무겁게 느껴진다.

자취생활 3년이 넘도록 밥을 잘 해먹다가 올해 봄부터 밥해먹기가 귀찮아져서 거의 전기밥솥 전기코드를 아예 말아두었었는데, 요즘 다시 식당밥이 지겨워졌고 밥대신 먹을 다른 것을 찾아낼 궁리하기도 귀찮아져서 다시 밥을 해먹고 있다. 예전처럼 이렇다할 요리를 해먹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편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난 요즘, 이렇게 지낸다. 열심히, 즐겁게 해야겠다. (사실은, '빨리 이 시간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ㅋ)


요즘 즐겨먹는 간식. 삶은 달걀. 밥먹는 동안 삶아서 비닐장갑에 넣어 학교에 가져온다. 완숙도 아니고 반숙도 아닌 그 중간 쯤이 난 좋아. 소금은 찍어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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