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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scene

기말고사 D-2

갈매나무 2009. 7. 12. 00:12

1

11시쯤 학교를 나섰다.
응급실 모퉁이를 돌아설 때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켰다.
까만색 바탕에 하늘색 별이 점점이 박혀있는 나의 3단 자동우산. 2006년 초여름 즈음 산 예쁜 우산.
몇개월 전부터 슬슬 우산을 펴고 접는 일이 약간 불편해졌지만, 버리고 싶지 않아서 지금껏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잘 쓰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이 우산 완전히 고장날 때까지 계속 써야지'하는 생각을 하고는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 앞에 섰다. 편의점 문을 열기 전에 우산을 끄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접히질 않았다.
(3단 자동우산이므로,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접히는 것이 정상이다.) 여러차례 버튼을 눌러본 후, 결국 손으로 잡아당겼는데도 접히질 않았다-_-
이런. 결국 우산을 편 채로 편의점 안에 들고 들어갔다. 알바생은 아무 말도 안했는데 괜히 제 발 저려서,
"우산이 안 접혀져서요..."

ㅋㅋㅋ
신발장 앞에 정든 내 우산이 펼쳐진 채로 널부러져 있다.
이제 보낼 때가 됐나보다.


2

월요일에 기말고사를 본다. 4학년 1학기 기말고사. 그 것은 곧, 기말고사가 끝나고 한 학기를 더 다니면 내 학력은 '대학원졸'로 바뀐다는 뜻이 된다.
MD가 되는 것은 엄밀하게는, 졸업과 무관한, 국시에 합격했을 때의 얘기다.
월요일에 시험보는 과목들은, 의료법규, 법의학, 의료윤리, 의료경영 -
이름만 봐도 정말 졸업반 학생들이 배울법한 그런 과목들이지 않은가 ;;

그건 그렇고, 이런 식으로 여러 과목을 줄지어 기말고사보는 일도 아마 이게 마지막이거나, 마지막에서 두번째쯤 되겠다. 그 쯤되면, 마무리를 빛내기 위해 독한 마음 먹고 매달려 볼 만도 한데, 이번엔 그게 참 안된다.
지난 학기 기말고사 땐 심적으로 무척 힘들긴 했어도, 기말고사 성적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어도, 주어진 시간에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는데. 이번엔 그게 어렵다. 벌써 집으로 와버렸다. 게다가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_-
(지난 학기 기말고사 때도 이 글과 같은 제목으로 포스팅을 했었지, 참)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요즘은 그나마 좀 살 만하다는 것.
요즘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나마 할 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렇지 않다면, 아마 지금쯤 제대로 삭막하고 팍팍한 상태로 지내고 있을걸.


3

요즘, 김훈의 에세이집을 읽는다. <밥벌이의 지겨움>, <자전거 여행>.
김훈은 대중적으로는 소설가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남한산성>이나 <칼의 노래>, <현의 노래>같은 그의 소설이 그토록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힌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나도 얼마전에야 알았다. 하긴, 소설에 관심없는 나에게 낯설게 들리지 않는 제목이라면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겠지.
몇달 전 선물 받은 공지영의 에세이집을 읽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에세이를 읽지 않았었는데,
소설가로서의 김훈보다 에세이스트로서의 김훈이 훨씬 훌륭하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읽게 됐는데, 참 좋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에세이치고는 만만치않은 글들. 뭔지 모를 그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느껴진다.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예리한 면도 있고, 또, 재미도 있다. 곱씹어보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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