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다.부랴부랴 데이터 분석을 하다가 12시에서 1시 사이에 나도 모르게 방바닥에 누워 잠이 든 모양이다.눈이 떠져서 다시 하던 일을 할 생각으로 앉아 있다.요즘 들어 며칠, 아침 아니 새벽에 눈이 일찍 떠졌다. 좀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지더라도 일찍 일어나야할 이유가 딱히 없으면 다시 잠에 빠져들곤 했던 내가, 최근 며칠간은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 딱히 일찍 출근해야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지금도 그렇고. 질량 보존의 법칙마냥, 평생 수면시간의 총합은 정해져있는게 아닐까.정말 그렇다면, 난 이제 잠을 줄일 때가 된건지도 몰라. 이 묘한 시각, 새벽 3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2월 중순, 응급실 근무로 시작된 나의 인턴시절. 인턴 전반기 6개월을 보낸 병원은 응급실에 레지던트가 없었다. 인턴 다섯명과 스탭선생님들만 계셔서, 이제 막 의사가 된(심지어 아직 '의사면허증'을 받지도 않았을만큼 갓 의사가 된) 나같은 인턴들이 환자를 봐야했다. 기본적인 문진과 진찰을 하고, 의심되는 진단명에 따라 검사를 처방했다. 물론 때때로 환자들이 집에 가져갈 약을 처방하기도 했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거나, 기존의 만성질환이 악화되어 온 환자, 수시간 내에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 등 결코 간단하지 않은 문제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을 보는 건, 의학적 지식을 꽤 활용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생각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엔 괴로운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응급실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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