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한다.죽음과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가능한 조합일거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인한 죽음 또는 암을 진단받은 시한부 인생.사람이 죽는 데에 별의별 일들이 다 있겠지만 병원에서 일하면서 흔히 떠올리게 되는 죽음은 이 두가지 정도. 손쓸 수 없을 만큼 병이 깊어진 상태라면 통증 때문에 매우 고통스러울 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남은 여명을 예상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지난 인생을 정리하며 세상과 작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죽음이 또 있을까 싶다. 너무 젊은 나이에 그리 된다면 행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죽는것보다는 차라리 ..
엄마가 식당을 처음으로 개업하시던 날이 기억난다. 수능을 3개월쯤 앞둔 초가을이었을 거다. 학교가 있는 강서구에서 엄마 가게가 있는 강남구까지 와서는, 손님으로 복작거리던 가게 한켠(도 아닌 실은 가게 밖 테이블)에서 정신없이 후루룩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듬해 여름, 우리 가족은 가게 바로 옆의 아파트로 이사했고, 지금껏 그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으로 꼽아보니 장장 15년. 칼국수에서 시작해, 고기집으로 간판을 바꾼 엄마 가게는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10년이상 주인도, 간판도 바뀌지 않은 식당이라고 한다.(물론, 간판 리모델링은 했다.ㅋ) 가족들과 함께 고기를 먹으러 오던 꼬마가, 다 자라 외국으로 유학을 간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학 때면 늘 엄마 가게에 한번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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